“온 우주는 수학으로 설명된다고 생각한다. ” 열여섯에 엄마를 잃은 형주(정다민)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그에게 삶이란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사건의 나열과 같다. 엄마의 병명은 신부전증. 유전적으로도 발병 확률이 높아 미래에 이식받을 신장을 확보할 생각으로 형주는 다짜고짜 가족들의 머리카락을 뽑아 몰래 유전자 검사를 받는다. 마침내 받아본 검사 결과지에 인쇄된 숫자는 친자 확률 0.1% 미만. 함께 살고 있던 민규(곽민규)가 자신의 친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형주는 엄마 경희(신기환)가 남긴 일기장을 샅샅이 뒤져 세 남자의 이름을 추려낸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일기장에 등장한 병준, 범호, 동섭의 소재를 파악한 형주는 생물학적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집을 나선다. 최창환 감독의 ‘수학영재 형주’는 이를테면 소년의 성장 영화이자 친부를 찾기 위해 엄마의 전 연인의 자취를 따라나선다는 조금 묘한 로드무비다. ‘수학영재 형주’에는 매끈하게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마음을 움직이는 독립영화의 묘미를 되새겨볼 만한 지점이 곳곳에 드러난다. 형주와 지수(김세원)가 함께하는 여행 장면도 그중 하나다. 기차에 홀로 몸을 실은 형주 앞에 같은 반 친구 지수가 나타난다. 혼자 가겠다고 고집했던 그는 자기를 따라온 지수가 약간 거추장스러우면서도 그의 동행이 내심 반갑다. 대구를 배경으로 시작한 영화는 곧 무르익어가는 가을 정취를 배경으로 경주와 청도로 카메라를 옮겨간다. 박물관, 대학교, 대낮의 작은 술집에서 차례로 벌어지는 엄마의 전 연인과의 만남은 어린 수학자가 삶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만든다. 여행의 촉발은 표면적으로 ‘친부를 찾는다’는 사실 확인 욕구처럼 보일지라도 엄마가 세상에 있었다는 사실, 엄마가 사랑했던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자기 존재 의미를 다시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세 명의 아버지 후보를 만나러 가는 길에 형주에게 지수가 묻는다. “(아빠 같다는) 느낌이 오지 않아?” 그는 진지한 얼굴로 답한다. “느낌, 감정, 이런 거로 판단하면 오류에 빠져.” 그러나 일은 애초 의도와 다르게 오류 없는 증명에서 점점 멀어진다. 영화가 서사적 인과를 비껴가 우연이 좌충우돌하는 동안에 세 남자가 전하는 말은 수학적 진리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던 주인공에게 우연과 미지의 연속이라는 모호함으로 성큼 다가서게 한다. 확실성을 검증하려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인생의 불확실성과 마주한다. 엄마의 죽음에서 눈을 돌려 세상에 남은 존재로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었던 형주는 뒤엉킨 인연의 의미와 오류투성이 현상에 조금쯤 가닿는다. 엄마가 세상에 남겼다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 내내 표정에 변화가 없었던 열여섯 소년은 비로소 자기 안의 상실을 끌어안는다. 그때 그의 안에서 미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틈은 그가 성장한 만큼 열렸을까. 유선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