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발 정책에는 일관된 패턴이 있다. 거대 담론이 등장하고, 충분한 논의 없이 밀어붙이며, 논란이 과열된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은 증폭된다. 처음 얘기한 것보다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도 특징이다. 한강버스, 세운녹지축, 감사의 정원 논란을 보면, 이 패턴은 20년 가까이 변함이 없다.
올해 9월18일. 한강버스가 개통했다. '출퇴근 수상 대중교통'이라는 명분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첫날부터 화장실 고장, 사흘 만에 운항 중단, 한 달간 무승객 시범운항하다 재개통했지만, 또다시 강바닥에 배가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마곡에서 잠실까지 2시간7분. 출퇴근 교통수단이라던 한강버스는 지하철보다 3배 이상 느린 '유람선'이 됐다. 초기 542억원이라던 사업비는 어느새 1750억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났다. 시민과의 충분한 논의도, 전문가들의 우려에 대한 검토도 부족했다.
2006년, 초선이었던 오 시장은 '한강르네상스'를 선언했다. 한강을 세계적 수변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2011년 그의 중도 사퇴와 함께 좌초했던 그 프로젝트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한강버스로 돌아왔다.
같은 시기 오 시장은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기획했다. "역사와 디자인이 조화된 세계적 관광지"라는 거대 담론이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82년 역사의 동대문운동장과 조선시대 한양도성 성곽을 철거해야 했다. 체육계는 역사적 운동장의 소실을 반대했다. 문화계는 역사성 훼손을 비판했다.
오 시장은 "DDP가 없었으면 지금 서울에 랜드마크가 있었겠나"라고 반문한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제가 시장이라면 부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산은 어떠한가. 사업비는 4840억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올해 들어서는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이다. '녹지생태 도심 재창조'라는 거대 담론은 이미 17년 전에 등장했다. 2008년 오 시장은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대규모 녹지축을 조성해 남산까지 연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 그리고 2011년 오 시장의 중도 사퇴 이후 사업이 좌초했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 용적률을 600%에서 1000%로 높여주고, 최고 145m 초고층 빌딩을 짓도록 하려 한다. '종묘 논란'의 핵심은 '녹지생태 도심 재창조'에 있다. 땅을 기부채납 받아 세운2·3·4·5·6구역을 관통하는 폭 90m짜리 녹지축을 만들려다 보니 용적률을 높여주고, 초고층 개발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이곳에 녹지축이 꼭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폭이 90m여야 하는지, 이런 방향이 다른 가치에 우선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없었다.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은 어떤가. 6·25전쟁 참전국을 기념하는 7m 높이 '받들어총' 모양 화강암 돌기둥 23개를 세우는 이 사업 역시 '한미동맹 상징공간' '자유민주주의 교육'이라는 일방적 거대 담론이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인 수도 서울은 시민의 것이자 국민의 것이고, 공공재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충분한 논의 없이, 역사와 공동체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밀어붙인 거대 프로젝트는 영원한 논란거리로 남는다는 것이다.
김민진 사회부 지자체팀 부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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