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는 한양증권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인수할 때 5만8000원대를 지불하였다. 이는 당시 한양증권의 거래소 주가인 1만원 초반대의 5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이에 대해 KCGI 측은 "한양증권의 순자산가치(4만원대)에 여의도 사옥의 실질 가치를 반영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장부상 100억원으로 평가된 빌딩이 실제로는 1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처럼 대주주 간의 거래에서는 일반적으로 순자산가치를 기본으로 숨은 자산가치, 영업권 프리미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적정가치'가 산정된다.
문제는 세법상 기업 지분의 가치평가 방식이다. 상속·증여세법은 상장주식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경우 '거래소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실제 경제적가치와 과세 목적상의 평가가 심각하게 괴리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상속세를 낮추기 위해 주주환원을 무시하는 방법 등으로 대주주가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창업 후 수십 년을 비상장 회사로 영위하다가 조만간 상속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렇게 발생한 괴리는 결국 국가 세수의 손실로 이어지고, 소액주주와 일반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상속세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때때로 제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야구장 입장료를 내지 않기 위해 몰래 개구멍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으니, 입장료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문제의 근원은 입장료가 아니라 개구멍이며, 상속세율이 아니라 세금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가치평가 방식의 왜곡인 것이다. 상속가액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사의 주가를 낮추는 행위는 절세의 범위를 넘어선 탈세 행위이며 다수 소액주주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폭력행위로 보아야 한다.
최근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처럼, 상장기업 중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이하인 기업의 경우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고려한 본질가치로 상속·증여세를 산정하자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입법적 노력은 저평가된 주가를 이용한 상속세 회피를 방지하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비상장주식의 평가방식 역시 고의로 수익가치를 낮추는 회계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허점이 존재한다. 대주주가 수년간 영업이익을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일시적인 손실을 계상할 경우, 본질가치가 인위적으로 왜곡되어 세 부담을 부당하게 경감시킬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보다 합리적인 제도로서, 기업의 수익성과 자산가치를 연동한 평가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익성이 낮은 기업(ROE가 일정 수준 이하)은 순자산가치 중심으로 평가하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ROE가 일정 수준 이상)은 순자산가치에 수익가치를 반영한 '수익 프리미엄'을 일부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순한 회계 조작을 통한 세 부담 회피를 방지할 수 있고, 투명한 경영성과를 유지할수록 정당한 가치평가를 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내용은 탁월한 기업경영과 주주환원을 통하여 높은 주가를 구가하며 보다 많은 직원의 고용과 복지에 힘쓰는 기업의 주주인 경우는 오히려 상속세를 경감해주는 방법을 고안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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