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가짜 완벽주의자 vs 진짜 완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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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가짜 완벽주의자 vs 진짜 완벽주의자
둘 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 결정짓는 건 두려움과 자신감의 차이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불안이 금세 악화되곤 했던 대학생이 “제가 완벽주의자라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생은 성실하고, 꼼꼼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시험과 과제를 항상 빠짐없이 준비했고, 모든 일에서 완벽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조금만 삐끗하면 지금껏 쌓아온 게 모두 허물어져 버릴 거야’라며 늘 불안했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있었다. 밤마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부족해서 목표를 못 이룰 것 같아’라고 걱정했다.

완벽주의는 분명 도움이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서 준비하고, 작은 부분까지 빠짐없이 익히려는 태도는 목표를 이뤄내는 강력한 힘이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높은 학업 성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하지만 완벽주의라고 다 똑같은 건 아니다. 가짜 완벽주의자도 많다. 목표를 높게 세우고, 까다로운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는 건 같지만, 가짜 완벽주의자는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못해내면 어쩌지, 실패하면 어쩌지”라며 전전긍긍한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사사건건 자기를 다그친다.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히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홉 가지를 해내도 하나가 잘못되면 ‘난 역시 안 돼’라며 자기를 비난한다. 자존감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런 유형을 두고 ‘자기 비난형 완벽주의자’라고 부른다.

완벽의 기준을 스스로 세우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도 있다. “부모님이 내게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완벽해져야만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이들이 그렇다. 타인의 기대를 완벽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인정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거절당하지 않으려고 완벽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평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늘 신경 쓴다. 이런 유형을 일컬어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자’라고 한다. 이들은 목표를 이뤄도 만족감을 못 느끼고 “남들에게 욕먹지 않아서 다행이야”라고 말한다. 성취하고도 내 것이 아니라고 느끼고, 공허감에 자주 빠진다.

가짜 완벽주의자는 목표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실패가 두려워 시작을 미루고, 사소한 실수에도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노력을 멈춰버린다. 완벽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느끼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만, 이것도 이뤄내지 못한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지’라고 걱정만 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실패할 기미만 보여도 이내 포기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공의 기쁨보다 실패의 공포에 더 크게 영향받는 ‘회피 지향형 완벽주의자’다.

진짜 완벽주의자는 다르다. 스스로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꾸준히 나아간다. 달성하기 까다로운 목표는 이들의 의욕을 오히려 자극한다. 성공을 확신할 수 없고 어떤 난관이 기다릴지 몰라도, 그들은 불확실성을 불안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실수해도 멈추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한다. 자신의 결함이라고 치부하지 않고 실수와 실패를 성장 과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인다. 이것이 바로 ‘긍정적 노력형 완벽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심리 문제의 원인이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이라고 느낀다면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과연 나는 진짜 완벽주의자인가? 어쩌면 가짜 완벽주의자의 두려움 속에서 지금껏 스스로를 몰아붙여 온 것은 아닐까?”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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