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트럼프와 맘다니, 극과 극은 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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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트럼프와 맘다니, 극과 극은 통했을까

흔히들 '극과 극이 통한다'는 말을 자주 쓴다. 이는 대립하거나 극단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 간에도 때로는 서로의 이해나 공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최근 화제가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의 만남에도 이 같은 표현이 쓰였다. 불과 이달 초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당선인을 "공산주의자"라고 불렀고, 맘다니 당선인도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자", "파시스트"라고 공격할 정도로 날 선 대립각을 세우며 이념 스펙트럼 양극단에 자리한 사이였다.


하지만 이날 회동은 뉴욕타임스(NYT)가 "(뉴욕) 퀸스 출신의 두 남자가 '버디 무비'(콤비 주인공 영화)를 연출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시작부터 '브로맨스'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실제로 백악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당선인을 칭찬하기 바빴고, 맘다니 당선인 역시 "트럼프는 생활비 문제에 집중하는 대통령"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한 기자가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을 파시스트라고 생각하느냐고 맘다니 당선인에게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괜찮다. 그냥 그렇게(파시스트라고) 말해도 된다"라면서 웃기도 했다.


이 같은 반전은 의도된 연출이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물가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면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집권 2기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통 큰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야 했다. 또 맘다니 당선인에게는 선거 전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한 연방정부 자금 삭감과 주(州) 방위군 투입 가능성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막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둘의 브로맨스가 오래 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다. 서로에 대한 공격이 정치적으로 유용하다면 언제든지 돌아설 것이다.


다만 서로를 물어뜯기 바빴던 두 사람이 모두 반(反)엘리트와 반기득권을 표방하며 대중의 소외감을 자극하고 정치 참여를 부추겼다는 점에서 '포퓰리스트'라는 공통점은 존재한다. 또 정치 저관여층 유권자를 포섭하는 데 소셜미디어와 대안 매체의 힘을 활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을 맘다니 당선인이 모방해 승리를 거뒀다는 점도 흥미롭다.


"남극과 북극은 지구의 반대쪽에 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내일 어느 한쪽 극에서 잠을 깬다면 당신은 어느 쪽 극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한 쪽에는 펭귄이 더 많고, 다른 한쪽에는 곰들이 더 많겠지만 결국 주변에는 온통 얼음과 눈, 그리고 매섭게 부는 바람만 있을 것이다. "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이 1937년 에세이 '악마의 신조'에서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동시에 비판하며 쓴 글이다. 또 요즘엔 '빠가 까를 만들고 까가 빠를 만든다'는 말도 있다. 극단은 모두에게 반감을 갖게 한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맘다니 당선인은 속내야 어떻든 간에 물가, 주택 등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 서로가 자존심을 굽히고 한발 물러선 듯하다. 이는 양보나 타협 없이 양극단으로 치닫기만 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한 수 배워야 할 모습임은 분명하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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