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지지도 측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 김건희의 논문 표절 의혹으로 윤석열 후보와 국힘은 지지도가 내려 대선에서 질 뻔했다.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는 '마리 앙투아네트'로 증폭되더니 결국 국힘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가방 건의 수습 방식을 놓고 당시 한동훈 국힘 대표와 윤 대통령은 분열했다. 이 내분은 윤석열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통과되는 계기가 됐다. 내란·김건희이슈는 올해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와 국힘의 지지도를 꺾었다. 대선 후에도 김건희의 또 다른 가방 수수가 이슈화됐다. 김건희 관련 보도량은 지금도 많고 그 보도 안에서 김건희와 국힘은 뚜렷한 상관성을 보인다. 김건희에 의해 국힘의 지지도가 할인되는 양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국힘 지지도 등락의 이유를 추정한 여론조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힘 지지도 공식을 구성할 수 있다. 이 공식에서 고정층 지지도는 국힘의 활동과 이슈가 전혀 없어도 국힘을 무조건 지지하는 수치다. 상수인 고정층 지지도에 대장동 검찰 항소 포기, 김현지 부속실장 논란 같은 반(反) 이재명 대통령 이슈의 총합이 더해지면 국힘 지지도는 상승한다.
국민의힘 지지도 = 고정층 지지도 + ∑반이재명이슈 - (α*내란이슈 + β*김건희이슈)
일부 조사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50%를 훨씬 웃돌았음에도 국힘 지지도는 반등하지 않았다. 국힘 지지도가 내란·김건희이슈에 의해 할인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 여권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가동하고 기한을 연장하는 건 내란·김건희이슈의 영향력 크기를 결정하는 α·β 계수를 높이려는 목적일 수 있다.
국힘 지지도에서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여론조사에서 국힘 지지도는 대체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크게 뒤진다(한국갤럽 11월 21일 민주당 43%, 국민의힘 24%). 반면, 응답자의 익명성이 강한 일부 ARS 자동응답 여론조사에선 두 정당 간 격차가 좁혀졌다(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 11월 15~17일 민주당 42.2%, 국민의힘 39.6%).
내란·김건희이슈는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 두 이슈는 오래 지속되고 있고 공분을 일으키는 사실이 새로 추가되지 않는다. 네거티브 뉴스로서의 신선도는 점점 떨어진다. 부부가 구속된 걸 보면서 사람들은 '죗값을 치르고 있네'라며 마음을 다소 누그러뜨린다.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인지에 대한 법정 공방이 있는 점, 김건희의 혐의가 심각한 권력형 비리라기보단 경솔함에서 비롯된 일탈일 수 있는 점도 반영되는지 모른다.
국힘은 돌연 윤석열과의 절연을 고민한다. 비상계엄을 사과하자고 한다. 범죄에 가담하지 않은 이는 사과할 필요가 없다. 사과는 자신과 범죄혐의자를 운명공동체로 스스로 묶는 일이다. 절연과 사과는 서로 모순이다. 국힘은 내란·김건희에서 벗어나려는 조급증에 이 모순조차 못 본다.
국힘과 윤석열 간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윤석열과의 절연은 당장 되는 일이 아니다. 김건희라도 떼어내고 싶겠지만, 윤석열과의 절연이 어렵다면 부부관계인 김건희와의 절연도 어렵다. 국민의 화가 풀릴 때까지 절연·사과 쇼 없이 지지도 할인을 감내하는 게 맞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적폐 청산의 긴 시간을 보낸 끝에 국힘은 적폐 청산의 주역인 윤석열을 영입함으로써 지지도 반등을 이뤘다. 실망해 떠난 대중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시간과 계기가 필요한 법이다. 조급증을 낼수록 대중과 더 멀어질 뿐이다.
허만섭 국립 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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