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황톳길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이 회사(DK아시아)에 감사편지를 쓰고 싶을 정도예요. 너무 좋아요."
26일 오후 인천 서구 '신검단 로열파크씨티Ⅱ' 아파트 단지 앞 황톳길. 걸어서 30분 거리에 사는 동네주민 김진영씨(62)는 도시락까지 싸 들고 와 매일 이곳을 찾는다. 이날도 아침부터 6시간 넘게 황톳길을 걷고 있었다. 폐암부터 담관암, 갑상선암까지 네 차례 수술과 투병을 이어온 김씨는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면 무거웠던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했다. "수술 후유증으로 손에 힘이 없어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는데 이 길을 온종일 걷고 나면 이렇게 쥐어져요."
그는 항암치료 끝에 자연요법으로 치료 방법을 바꿨고 맨발걷기를 생활화한 지 5년째다. 김씨는 "전국 어싱(Earthing·맨발걷기)길을 다 가봤지만 여기처럼 효과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곳은 드물다"며 "황토질이 좋아서 치유의 산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 대모산 황톳길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어싱은 맨발로 땅을 접촉하면 땅의 음전하가 몸속 활성산소(양전하)를 중화해 전기적 균형을 맞추는 치유법이다.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민 이원종(63)씨는 "이 길을 혼자만 알기엔 너무 아까워서 회원수 90여명의 지역 맨발걷기 모임 커뮤니티에 직접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진만 보고도 궁금해져서 오는 사람이 많다"며 "실제로 걸어보면 '왜 이제 알았냐'며 다들 감탄한다"고 했다.
입주민 건의로 시작된 황톳길…향후 국내 최장 12㎞까지 확장
로열파크씨티Ⅱ 입주민 제안으로 시작된 이 황톳길은 지난 20일 개장했다. 개발사 DK아시아는 '요즘 맨발걷기가 인기인데, 우리 단지에도 황톳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입주민 의견을 반영해 총 4.5㎞ 길이의 황톳길을 조성했다. 고운 황토를 마사토와 섞어 20㎝ 두께로 다져 비가 와도 질척이지 않고 배수가 잘되도록 했다.
일반 산책로보다 충격 흡수가 뛰어나 발에 무리가 적고 표면이 푹신하고 미끄럽지 않아 노약자와 어린이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용 편의를 위해 30인 동시 사용이 가능한 세족장을 마련했다.
곳곳의 메밀꽃은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메밀꽃밭을 포함한 총면적은 약 13만8000㎡(4만 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DK아시아는 향후 인근 녹지까지 연장해 12㎞ '황토 삼십리길'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 구간은 내년 착공 예정인 신설 고등학교 부지와 겹쳐 공사가 시작되면 이용이 제한될 전망이다. DK아시아 관계자는 "세족장 옆 완충녹지에 새로운 황톳길을 조성할 예정"이라며 "단풍나무 1500주를 심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단풍 터널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주거 공간이 곧 힐링"…아파트 넘어선 개발 철학
황톳길은 단순한 건강 콘텐츠를 넘어 DK아시아가 추구하는 주거 철학과 맞닿아 있다. DK아시아는 '건강한 쉼, 일상이 힐링인 삶'이라는 비전 아래 아파트 단지를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삶의 질을 구현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해왔다. 입주민이 먼 휴양지로 떠나지 않아도 도심 속에서 자연과 어울리며 휴식과 문화, 건강을 함께 누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열파크씨티는 이러한 철학을 반영해 '도심 속 리조트'를 구현했다. 입주민 전용 의료 서비스, 호텔식 삼식(三食) 제공, 프라이빗 요트 및 셔틀버스 운영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시속 5~7㎞ 무레일 전기 기차 '로열 트레인'도 도입했다. 놀이공원에서나 즐기던 콘텐츠를 주거 서비스로 끌어온 첫 사례다. 발단은 '신검단 로열파크씨티Ⅱ' 단지 내 어린이집에 설치된 미니 기차였다. 이를 본 김정모 DK아시아 회장은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기차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일상의 이동마저 즐거움과 힐링으로 확장하겠다는 발상이었다.
단지 내 넓은 동간 거리(60~97m) 덕분에 16m 길이의 기차 운행이 가능했다.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줄 서서 탈 만큼 반응이 뜨겁다. 단지 내부뿐 아니라 메밀꽃과 황토 십리길을 잇는 관광형 코스로도 운영되고 있다.
김 회장은 건축팀·조경팀을 이끌고 유럽 등 해외 유명 건축 명소를 찾아 직접 사례를 확인한 뒤 국내 현장에 접목한다. '신검단 로열파크씨티Ⅱ' 단지 내 엔트리가든과 캐널웨이는 이탈리아 빌라데스테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조성됐다. 입주 10개월차인 정씨(50)는 "시골이나 먼 여행지에서나 가능했던 힐링을 집 가까이에서 누리니 신기하다"며 "주거 공간 자체가 곧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로열파크씨티'는 DK아시아가 407만㎡(약 123만평), 3만6500가구 규모의 총 8개 사업지에서 추진하는 국내 최대 민간 도시개발 브랜드다. 이미 '검암역 로열파크씨티Ⅰ'과 '신검단 로열파크씨티Ⅱ'가 들어섰고, 앞으로 7개 단지가 추가로 조성된다. 이 단지들은 인천시가 추진 중인 초대형 복합도시 프로젝트 '에코메타시티' 핵심 구역에 위치한다.
인천시는 검단 일대에 에코메타시티(196만㎡), 로열파크씨티(200만㎡), 검단신도시(1110만㎡) 등 총 1500만㎡ 규모의 신도시급 개발을 진행 중이다. 주택 공급만 10만 가구에 달한다. 업계는 이번 개발이 인천의 도시 중추를 송도·청라에서 검단으로 이동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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