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도파민 터지는 모터스포츠 ‘찍먹’... 토요타 가주 레이싱 체험해 보니

글자 크기
[현장] 도파민 터지는 모터스포츠 ‘찍먹’... 토요타 가주 레이싱 체험해 보니
토요타 가주 레이싱 모터스포츠 클래스 서킷 주행 모습. 토요타코리아 제공 토요타자동차는 모터스포츠에 진심인 기업이다. 모터스포츠 브랜드 ‘토요타 가주 레이싱(TOYOTA GAZOO Racing)’을 운영하는 등 오래전부터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와 레이싱 문화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소문난 레이싱광인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기술력과 철학을 느껴보기 위해 최근 강원도 인제군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 미디어 대상 토요타 가주 레이싱 모터스포츠 클래스에 참여해봤다. 이번 행사는 체계적인 드라이빙 스킬 향상과 공식 서킷 드라이브 라이선스 취득까지 이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모터스포츠 클래스 인스트럭터가 실습 코스와 운전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토요타코리아 제공 프로그램은 안전 운전을 위한 기초 이론 강의로 시작해 슬라럼, 코너링 브레이킹, 레인 체인지 3가지 기본 주행 코스를 차례로 소화한 뒤 최종적으로는 실제 서킷에서 스포츠 드라이빙을 직접 체험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교육은 베테랑 레이서 정의철 등 현역 프로 드라이버들이 직접 맡았다. 또 이날 교육에는 고성능 레이싱 전용차가 아닌 캠리, 프리우스 AWD, 렉서스 RX 등 소비자들이 도로 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양산차들이 투입됐다. 주행 성능에 대한 토요타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론 수업에서는 올바른 시트 포지션, 페달과 발의 위치, 스티어링 높이 등 운전의 기본기부터 배웠다. 일반 차량을 운전할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운전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기본기부터 다시 배운다는 생각으로 인스트럭터들의 설명을 경청했다.

가주 레이싱에서 진행된 레인체인지 훈련 모습. 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이론 교육 후에는 곧바로 트랙으로 나섰다. 가장 처음 실습한 주행 프로그램은 코너링 브레이킹이었다. 드라이빙 인스트럭터는 “스포츠 드라이빙에서 말하는 코너링 브레이킹은 코너 진입 전에 브레이크를 사용해 감속하는 것까지는 일상 주행과 동일하지만 코너 진입 이후 브레이크를 점진적으로 풀어 타이어의 접지력을 최대로 유지한 상태로 코너를 탈출하는 것이 일상 주행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고속으로 달리다 코너에 진입하며 브레이크를 밟을 때 차량의 접지력을 잃지 않는 게 핵심이었다. 첫 주행에선 너무 늦게 혹은 너무 일찍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바람에 목표 지점을 벗어나기도 하고 트랙에 세워져 있는 라바콘을 치기도 했지만 금세 적응됐다. 트랙 위에 ‘끼익’거리는 스키드음이 울려 퍼질 때는 도파민이 치솟았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모터스포츠 클래스에 투입된 토요타 캠리(앞)와 렉서스 RX 모델. 이정인 기자 이후 다음 코스로 이동해 슬라럼 주행을 실습했다. 라바콘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며 차량의 무게 중심과 조향 안전성을 시험하는 과정이었다. 슬라럼 주행을 할 경우 차량의 속도가 높은 채로 스티어링을 조작해 차량의 무게 중심이 크게 흔들린다. 슬라럼은 실제로 신차 개발 시에 반드시 수행하게 되는 안전성 테스트이기도 하다. 담당 인스트럭터는 슬라럼 주행을 잘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무게 중심 이동에 따른 가감속과 부드럽지만 신속한 좌우 핸들링을 해내는 스킬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라바콘 사이를 지그재그로 파고들며 핸들을 꺾자 차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신속하게 좌우 핸들링을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난도가 높은 주행 프로그램이었다.

마지막으로 긴급 상황 대처를 위한 레인 체인지를 실습했다. 차선 폭 만큼 라바콘을 세워 기존 차선을 막아두고, 긴급 상황처럼 차선을 변경한 뒤 다시 원래 차선으로 돌아오는 훈련이었다. 예상보다 높은 속도에서 차량을 제어해야 해 과감한 조작이 필요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모터스포츠 클래스가 진행된 인제 스피디움 서킷 모습. 이정인 기자 모든 기본 주행 코스를 소화한 뒤 대망의 서킷 주행을 경험할 수 있었다. 렉서스 디 올 뉴 LX 700h를 타고 서킷을 내달렸다. 주행 중 내린 비로 노면이 젖어 원하는 만큼 속력을 낼 수는 없었지만 서킷 주행 자체가 진귀한 경험이었다. 진입 장벽이 높다고 생각했던 모터스포츠가 친숙하게 다가왔다. 첫 서킷 주행을 함께한 디 올 뉴 LX 700h의 우수한 주행 성능도 인상적이었다.

토요타는 모터스포츠를 단순한 ‘승부의 장’이 아니라 차를 단련하는 시험대로 본다. 가주 레이싱 브랜드의 철학은 “길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차를 만든다”이다. 험로와 서킷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얻은 경험은 다시 개발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내구성과 성능이 향상된 ‘더 좋은 차’가 만들어진다는 게 토요타 측 설명이다. 김형준 한국토요타자동차 이사는 “모터스포츠는 토요타가 추구하는 ‘더 좋은 차 만들기(Making Ever-Better Cars)’의 근간”이라며, “극한 환경에서 얻은 데이터를 현장 개발에 반영해 고객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차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