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남정훈 기자]3연승(흥국생명)과 5연승(IBK기업은행)을 달리는 팀들 간의 맞대결, 게다가 순위도 3,4위로 붙어있어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중위권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승점 6’짜리 경기였다. 서로가 가진 전력을 다 한 진검승부가 기대됐지만, 현실은 누가 더 못 하나의 경연장을 보는 듯 했다. 서로 세트마다 기복있는 경기력을 거듭한 끝에 마지막에 웃은 건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은 18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5-14 22-25 13-25 25-20 15-8)로 이겼다. 4연승을 달리며 승점 2를 추가한 흥국생명은 승점 41(13승10패)가 되며 2위 현대건설(승점 42, 14승9패)을 바짝 따라붙었다. 반면 5연승을 달리며 오랜만에 5할 승률을 회복했던 IBK기업은행은 연승 행진이 끊기며 다시 5할 아래(11승12패)로 내려갔고, 승점 1을 추가하는 데 그쳐 승점 36으로 그대로 4위에 머물렀다. 중위권 도약이 다소 멀어진 IBK기업은행이다.
1세트만 해도 완벽한 흥국생명의 페이스였다. 두 팀 모두 올 시즌 전만 해도 실업팀에서 뛰던 세터(이나연, 박은서)들을 주전으로 쓰고 있는데, 시즌 도중에 들어왔으나 어느덧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로 도약한 이나연의 완승이었다. 비슷한 1세트 리시브 효율(흥국생명 30.77%-IBK기업은행 25%) 속에서도 이나연은 미들 블로커들의 확률 높은 공격들을 과감히 가져갔다. 1세트 흥국생명의 최다득점자가 미들 블로커 이다현(6점, 블로킹 1개)이었고, 피치(뉴질랜드)도 서브득점 1개 포함 3점을 올렸다. 두 미들 블로커의 공격 점유율 합이 36.36%에 달했을 정도로 이나연은 1/3이 넘는 공격을 미들 블로커들을 활용할 정도로 안정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반면 박은서의 불안한 토스 속에 주공격수 빅토리아(우크라이나)가 경기 시작하자 3연속 공격 범실로 시작한 IBK기업은행은 1세트에만 블로킹 5개를 허용할 정도로 공격 작업이 최악이었다. 자연스레 10점이 넘는 리드을 허용하며 1세트를 허무하게 내줬다. 2세트 초중반까지도 흥국생명의 페이스로 이어졌지만, IBK기업은행이 공격력이 살아나기 시작한 빅토리아를 중심으로 추격적을 개시했고, 세트 중반 15-15 동점을 만들면서 경기 양상은 변했다. 19-19에서 빅토리아의 퀵오픈, 정윤주의 오픈 공격 범실, 피치의 이동공격 범실까지 나오면서 IBK기업은행이 승기를 잡았고, 세트를 잡아냈다. 흥국생명으로선 19-18 리드 상황에서 육서영의 누워 때린 연타를 손쉽게 받을 수 있었으나 김다솔의 오버패스가 손에서 돌며 반격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한 장면이 아쉬웠다. 이후 내리 석점을 내주면서 2세트를 내준 셈이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IBK기업은행은 3세트부터 술술 풀렸고, 흥국생명의 경기력이 1세트 IBK기업은행과 비슷해졌다. 상대 공격을 받아내 이단 공격으로 올려준 공이 공격수에게 향하는 게 아니라 상대 코트로 넘어가 다이렉트 킬을 허용하는 등 연승 기간 동안 완벽한 연결 작업으로 낮은 리시브 효율을 만회하던 흥국생명의 세밀한 배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상대의 허술해진 경기력을 틈타 IBK기업은행은 세트 초반부터 멀찌감치 달아났고,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흥국생명 요시하라 감독이 4-8로 뒤진 세트 초반 레베카-이나연을 김다솔-정윤주로 전후위를 바꾸는 더블 체인지를 일찍 쓰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3세트에 공격 성공률 11.11%에 단 1득점 머무는 등 레베카가 3세트까지 누적 성공률도 20%를 갓 넘는 수준으로 부진하자 요시할가 감독은 4세트부터 아포짓 자리에 문지윤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세트 초반 5-2로 앞서나가며 효과를 발휘하는 듯 했으나 이내 리드를 잃고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11-9에선 흥국생명의 사인 미스로 이나연의 토스를 아무도 때리지 못하고 코트에 공을 떨어뜨리기도 했고, 이후 상황엔 코트 앞쪽으로 모여든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상대 리베로 도수빈이 코트 후방으로 길게 보낸 공을 아무도 받지 못하는 등 4세트에도 두 팀은 최근 여자부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경기력 저하가 극심했다.
그나마 흥국생명의 회복탄력성이 4세트에 발휘됐다. 14-12에서 김다은의 연속 공격 성공으로 점수차를 벌린 뒤 문지윤의 서브득점까지 터져나오며 17-12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IBK기업은행은 14-19에서 빅토리아의 디그 후 콜 플레이 없이 그냥 코트에 공을 떨어뜨리는 어처구니 없는 범실까지 나오고 말았다. 승부가 5세트로 향하는 것던 순간. IBK기업은행의 승점 3을 온전히 챙기고 싶은 마음이 컸을까. 맹추격전을 시작했다. 킨켈라의 오픈 성공, 김수지의 속공 범실, 빅토리아의 연속 퀵오픈 성공에 킨켈라의 블로킹에 이주아의 서브득점까지 터져나오며 순식간에 20-21,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급해진 요시하라 감독은 최은지 자리에 레베카를 교체해 넣었고, 레베카의 공격으로 한숨을 돌린 흥국생명은 연속 3점을 내며 기어코 승부를 5세트로 끌고갔다.
서로 이기라고 등 떠미는 승부 끝에 돌입한 5세트. 시작도 범실의 향연이었다. IBK기업은행이 빅토리아, 킨켈라의 연속 범실로 0-2로 끌려가자 레베카도 범실로 맞대응했다. 2-2에선 레베카의 연타성 공격을 뒤로 바라보다 그대로 코트에 꽂히면서 흥국생명의 득점이 되기도 했다. 서로 범실성 플레이가 이어지면서 누가 하나 앞서나가지 못하고 접전 양상으로 흘렀다. 팽팽했던 승부의 균형을 깨뜨린 건 흥국생명이었다. 김다은, 최은지, 레베카의 연속 퀵오픈 성공에 육서영의 공격 범실이 나오며 흥국생명이 6-6에서 10-6으로 달아났다. IBK기업은행도 빅토리아의 후위공격과 킨켈라의 블로킹으로 8-10으로 따라붙었지만, 흥국생명의 최은지가 오픈 공격 3개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13-8로 달아나 다시 승기를 잡았고, IBK기업은행 빅토리아의 후위 공격 2개가 연이어 라인을 벗어나면서 2시간20분을 넘긴 승부는 끝이 났다.
화성=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