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ASF 재발한 강릉…방역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상시 관리'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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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ASF 재발한 강릉…방역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상시 관리'의 문제다

 

강원 강릉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강원 지역에서 ASF가 다시 확인된 것은 2024년 11월 홍천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정부는 국무총리 보고 체계를 가동하며 긴급 대응에 나섰고, 김민석 국무총리도 관계 부처에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른 방역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초동 대응은 신속했고, 매뉴얼도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ASF 사태는 늘 같은 질문을 남긴다. 왜 반복되는가, 그리고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하는가다. 이번 발생 역시 개별 농장의 문제를 넘어, 방역 체계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드러내고 있다.

ASF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질병이다. 결국 방역의 본질은 사후 조치가 아니라 사전 차단에 있다. 하지만 현실의 방역 체계는 발생 이후에 집중되는 단기 대응에 무게가 실려 있다. 살처분과 이동 제한은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이는 이미 리스크가 현실화된 뒤에 치르는 비용이다. 방역이 사건 단위로 관리되는 한 재발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 파장도 작지 않다. 대규모 살처분은 개별 농가의 손실을 넘어 사료·유통·가공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공급 불안은 가격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보상과 방역 비용은 결국 재정 부담으로 귀결된다. ASF는 단순한 농업 이슈가 아니라 공급망 리스크이자 물가 관리 변수다. 경제지의 시선에서 보면, 이는 ‘질병 관리’라기보다 ‘리스크 관리’의 문제에 가깝다.

특히 반복 발생 지역의 방역 방식은 재점검이 필요하다. 야생 멧돼지 관리와 농장 방역이 여전히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현장의 긴장도는 시간이 지나며 느슨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상시 관리 체계 없이 발생 시점마다 대응 수위를 높이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비용 효율적이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예방에 드는 비용이 사후 대응 비용보다 낮다는 점은 이미 여러 산업의 리스크 관리 경험을 통해 입증된 원칙이다.

정부의 과제는 분명하다. 방역을 사건 대응이 아닌 상시 운영되는 관리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 야생 동물 관리와 농장 방역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관리 비용과 효과를 동시에 점검하고, 반복 발생 지역에 대해서는 획일적 매뉴얼이 아닌 지역 맞춤형 방역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규제 강화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를 설계하는 문제다.

ASF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발생 이후 얼마나 빠르게 대응했느냐가 아니라, 발생 이전에 얼마나 지속적으로 관리했느냐다. 이번 강릉 사태는 방역을 ‘비상 대응 비용’이 아닌 ‘상시 관리 비용’으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확인된 강원 강릉시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확인된 강원 강릉시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규진 사장 minjaeho5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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