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문화 자연을 사랑하는 인문자컬럼]사이비와 가짜뉴스의 시대, 인류는 다시 경전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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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화 자연을 사랑하는 인문자컬럼]사이비와 가짜뉴스의 시대, 인류는 다시 경전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류는 지금 문명의 역설 앞에 서 있다. 기술은 고도화됐지만 진실은 퇴보했고, 연결은 강화됐지만 신뢰는 붕괴됐다. 가짜 뉴스, 사이비 종교, 사이비 언론, 사이비 정치가 서로 얽히며 인류의 정신을 잠식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동시에 겪고 있는 문명적 위기다. 총칼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거짓이며, 폭탄보다 더 파괴적인 것은 조직화된 허위 정보다.

그러나 이 위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류는 이미 2천 년, 3천 년 전부터 같은 문제를 경험했고, 그에 대한 해답을 경전 속에 남겨두었다. 불교는 거짓말과 악구, 이간질을 가장 무거운 죄업으로 규정했고, 기독교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며 진실한 언어를 신성한 질서로 보았다. 유교는 정명(正名), 즉 말과 이름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가르쳤고, 이슬람 역시 거짓 증언을 중죄로 다뤘다. 종교는 달라도 결론은 같다. 거짓의 확산은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인류 보편의 통찰이다.

오늘의 가짜 뉴스와 사이비는 이 오래된 경고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문제는 그것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산업화됐다는 데 있다. 유튜브를 필두로 한 SNS는 진실보다 자극을, 검증보다 분노를 보상한다. 알고리즘은 인간의 약점을 파고들어 거짓을 증식시키고, 사이비는 종교·정치·경제의 외피를 쓴 채 국경을 넘어 확산된다. 이는 더 이상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제 인류는 결단해야 한다. 가짜 뉴스와 사이비를 방치하는 자유가 과연 자유인가, 아니면 문명을 파괴하는 무책임인가. 총기, 마약, 인신매매가 국제 공조의 대상이듯, 인류의 인식 체계를 무너뜨리는 조직적 거짓 역시 국제적 대응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이 문제는 개별 국가의 규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국제 기준과 공동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해법의 근원이 기술이 아니라 가치라는 사실이다. 인류는 다시 경전의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경계하며, 타인을 속여 얻은 이익은 결국 공동체를 파괴한다는 가장 오래된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종교 간 갈등을 넘어 인류가 합의할 수 있는 최소 공통분모다.

이 대전환의 과정에서 한국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한국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 러시아와 같은 패권 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드물게 다양한 종교가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해 온 사회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유교적 윤리와 토착 신앙이 극단적 충돌 없이 함께해 왔다. 그 바탕에는 단군 이래의 홍익인간 정신, 즉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보편 윤리가 자리하고 있다.

홍익인간은 특정 종교의 교리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 보편 윤리에 가장 가까운 선언이다. 이 정신은 지배가 아니라 조정, 승리가 아니라 공존을 지향한다. 바로 이 점에서 한국은 가짜 뉴스와 사이비를 척결하기 위한 국제적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할 자격이 있다. 강요하는 나라가 아니라 조정하는 나라, 규칙을 강제하는 나라가 아니라 합의를 설계하는 나라로서 말이다.

예컨대 ‘국제 가짜 뉴스·사이비 대응위원회’와 같은 상설 기구를 한국에 설치하는 구상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이는 검열 기관이 아니라, 고대 경전의 윤리와 현대 민주주의 원칙을 결합해 국제 기준을 마련하고, 플랫폼의 책임을 논의하며, 각국의 대응을 조율하는 협의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국제연합 체제와 연계된 새로운 문명 거버넌스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가짜 뉴스와 사이비의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인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수천 년 전 경전은 거짓이 공동체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분명히 기록해 두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지혜를 21세기 언어로 번역하고, 국제적 구조로 구현하는 일이다.

인류는 지금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거짓의 소음 속으로 더 깊이 침몰할 것인가, 아니면 오래된 진실의 원칙을 붙잡고 새로운 질서를 세울 것인가. 한국은 그 전환의 교차로에서 길을 잇는 나라가 될 수 있다.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인류가 다시 진실 위에 평화와 번영을 쌓도록 돕는 조정자로 나설 때다.
 

그래픽노트북LM[그래픽=노트북LM]
아브라함 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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