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데이터가 말하는 '광역 통합', 지역 소멸 파고 넘을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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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데이터가 말하는 '광역 통합', 지역 소멸 파고 넘을 승부수
광주시와 전남도 행정통합 추진기획단 현판식 광주·무안연합뉴스 광주시와 전남도가 5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통합 준비에 착수했다 사진은 시청왼쪽과 도청에서 각각 행정통합 업무를 총괄할 전담 조직인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기획단 현판식을 여는 모습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광주시와 전남도 '행정통합 추진기획단' 현판식 (광주·무안=연합뉴스) 광주시와 전남도가 5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통합 준비에 착수했다. 사진은 시청(왼쪽)과 도청에서 각각 행정통합 업무를 총괄할 전담 조직인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기획단' 현판식을 여는 모습. []

수도권 일극 체제의 비대화와 지방의 공동화라는 국가적 난제 속에서 광주·전남과 부산·경남을 잇는 이른바 ‘행정통합의 물결’이 구호를 넘어 실질적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최근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와 김영록 전남지사, 강기정 광주시장의 통합 추진 공식화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빙산 앞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도민 과반이 행정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특히 통합 찬성 이유로 ‘수도권 집중에 대응한 지역 경쟁력 강화’와 ‘의료·문화·교육 인프라의 공동 활용’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더 이상 행정구역의 경계에 안주하지 않고, 삶의 질과 미래 생존을 위해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임을 체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주목할 대목은 20·30대 젊은 층일수록 행정통합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산업 시너지에 높은 기대를 보였다는 점이다. 청년 이탈의 원인이 정서적 요인이 아니라, 수도권과 경쟁할 만한 ‘거대 경제권’의 부재에 있음을 데이터가 증명한 셈이다. 동시에 통합에 신중론을 펴는 이들이 제기한 ‘지역 간 불균형 심화’와 ‘행정 서비스 저하’ 우려 역시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행정통합이 단순한 조직 통합을 넘어, 소외 없는 자원 배분과 행정 효율화를 동반한 ‘화학적 결합’이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 같은 흐름은 호남권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1986년 광주 직할시 승격 이후 40년간 이어진 분리 구조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 추진기획단 출범은 감성적 결합이 아니다. AI와 모빌리티 산업을 축으로 한 광주, 에너지·반도체·우주항공의 거점인 전남이 분리된 채로는 수도권은 물론 세계 시장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데이터 기반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다.

실용주의 경제 관점에서 행정통합은 중복 투자를 줄이고 행정 비용을 절감하는 가장 강력한 구조 개편 수단이다. 부산과 경남, 광주와 전남이 각각 추진하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산업단지가 하나의 컨트롤타워 아래 재편된다면, 절감된 재원과 행정 역량은 지역 기업 육성과 주민 복지로 되돌아갈 수 있다.

정부 역시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5극 3특(5대 메가시티·3대 특별자치도)’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성공을 위해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민심은 이미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통합 이후 무엇이 달라지는가’에 대한 분명한 설계다.

통합 지방정부에는 파격적인 자치권과 재정권이 뒤따라야 한다. 특별교부세 증액과 같은 일회성 보상이 아니라, 법인세·소득세의 지역 환원 비중을 높여 지자체가 스스로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자생적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부산·경남 공론조사에서 확인된 ‘행정 권한 강화’ 요구를 정부는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지역 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 수도권은 과밀로 인한 부동산 불안과 저출산에 시달리고, 지방은 공동화로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이 모순을 풀 수 있는 해법은 ‘광역 행정통합’을 통한 다극 체제 구축뿐이다.

부산·경남 공론화위원회의 데이터와 광주·전남의 통합 선언은 새로운 지역 발전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 이기주의에 발목 잡혀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시도민의 목소리와 객관적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더 크고, 더 강하며, 더 유연한 ‘메가 지방정부’만이 청년이 돌아오고 기업이 머무는 대한민국의 활력을 되살릴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는 이제 데이터가 증명한 ‘통합의 당위성’을 실질적인 ‘번영의 결과’로 만들어낼 책무를 지고 있다. 지금이 바로 그 마지막 기회다.
명진규 부장 ae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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