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오른 애니·K뮤지컬 신작… 2026년 ‘문화캘린더’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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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오른 애니·K뮤지컬 신작… 2026년 ‘문화캘린더’ 알차다
공연가 주목 받는 화제작 ‘센과 치히로…’ 내한공연 매진 ‘빵야’·‘말벌’ 등 국내외작 풍성 ‘제임스 바이런 딘’·‘A여고…’ 창작 뮤지컬들 초연 ‘열전’ ‘프로즌’ 올 최대 흥행작 기대 세계적 거장 안무가들 방한 서사적 ‘몸 언어’·발레극 선봬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석권 등 국내 공연 시장은 ‘K컬처’ 열풍을 타고 팽창 중이다. 공연건수는 2024년 4만9805건에서 지난해 5만4226건으로 늘었고, 티켓 예매액은 1조5486억원에서 1조7006억원으로 증가했다(공연예술통합전산망). 소멸 위기에 놓인 영화계와는 대조적이다. 올해 공연가에서 주목받는 기대작을 소개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신작·화제작 풍성한 연극 무대

올해는 특히 연극 무대에 기대작이 많다. 첫 화제작은 다음 주 개막하는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1차 예매 오픈과 동시에 3만여석이 매진됐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 애니메이션을 무대 위로 옮긴 작품이다. 일본 작품이나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연출한 존 케어드가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연출로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움을 무대 언어로 풀어냈다. 특히 원작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맡았던 거장 히사이시 조 음악이 공연 내내 11인조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연주된다. 지브리 스튜디오 특유의 등장인물과 세계관이 컴퓨터 그래픽 대신 ‘연극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객석을 매료한다. 퍼펫티어(인형 조종)와의 협업을 전면에 내세워 ‘가오나시’, ‘유바바’ 등 주요 존재를 무대 위에 등장시킨다. 2022년 일본 도쿄 제국극장에서 초연된 뒤 런던과 상하이를 거쳐 서울에 왔다. 다양한 경력의 일본 배우들이 출연하며, 온천의 주인이자 신비롭고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유바바’와 그의 쌍둥이 언니 ‘제니바’ 역에는 원작 영화에서 성우로 활약한 나쓰키 마리가 등장한다.

2023년 초연된 연극 ‘튜링머신’도 1월 다시 관객을 만난다. 프랑스 극작가 브누아 솔레스가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불우한 삶을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심문과 조사, 침묵과 압박의 순간들을 통해 튜링의 내면을 추적하는 구성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무대는 관객과 배우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힌 사면형 구조로 설계됐다. 두 명의 배우가 여러 인물을 빠르게 오가며 만들어내는 전환은 개인을 짓누르는 국가·법·도덕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윤나무가 열연하는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도 1월에 공연되며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인기 연극으로 자리 잡았고 해외에서도 호평받은 ‘빵야’는 3월 무대에 오른다.

말벌 말벌 세종문화회관이 영국 햄스테드 극장과 공동 제작하는 연극 ‘말벌(THE WASP)’도 올 상반기 기대작이다. 2015년 영국에서 초연돼 화제가 된 작품. 학교 폭력의 기억,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리고 여성 간 권력과 복수의 역학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극이다. 어린 시절 가해자와 피해자였던 두 여성이 수십 년 만에 다시 마주하는 대화를 통해, 폭력이 남긴 흔적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지속되는지를 탐구한다.

지난해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헨리크 입센의 ‘헤다 가블러’를 각각 공연했던 국립극단과 LG아트센터는 올해 또 안톤 체호프의 1899년작 ‘바냐 아저씨’를 각각 번안한 ‘반야 아재’와 ‘바냐 삼촌’으로 맞닥뜨린다. 권력의 허상과 사랑의 상처를 통해 현대 사회의 갈등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를 생각나게 하는 명화 ‘죽은 시인의 사회’도 라이선스 연극으로 올여름 공연된다. 보수적인 명문 고교 웰튼 아카데미에 부임한 키팅 선생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을 외치며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열정을 불어넣는다.

제임스 바이런 딘 ◆‘K뮤지컬’ 신작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창작 뮤지컬 무대가 풍성할 전망이다. 1월에도 ‘제임스 바이런 딘’과 ‘초록’, ‘A여고 사서의 영광과 비극’ 등의 창작 뮤지컬이 초연된다. ‘초록’은 김동인의 ‘배따라기’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모티브로, 질투와 욕망 속에서 흥망성쇠를 겪는 한 남자의 삶을 그린 작품. 김태형 연출, 현지은 작가, 박윤솔 작곡가가 창작진으로 합류한다.

‘제임스 바이런 딘’은 할리우드의 전설적 배우이자 청춘 스타로 기억되는 제임스 딘의 삶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1955년 캘리포니아 46번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은 제임스 딘 앞에 ‘사신 바이런’이 나타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임스 딘의 열혈 팬이었던 바이런은 마지막 5분을 앞둔 그에게 삶을 편집할 기회를 제안한다.

A여고 사서의 영광과 비극 하반기 작품 중에선 ‘다이브’가 주목받는다. 물에 잠긴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단요 작가 SF 장편소설을 무대화했다. 물꾼 아이 ‘선율’과 기계 인간 ‘수호’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성장과 회복의 판타지로, 김솔지 작가·민찬홍 작곡가·이기쁨 연출이 의기투합했다.

올해 최대 흥행작은 단연 ‘프로즌’이다. 영화 ‘겨울왕국’을 무대 위로 옮긴 작품으로, 얼음과 눈을 만드는 마법을 지녔지만 통제하지 못하는 엘사와 동생 안나의 여정과 관계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다룬다. 뮤지컬은 자매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줄거리를 유지하면서 무대용 신곡과 연출을 더해 보다 드라마틱한 구조로 재구성됐다. 영화 속 ‘렛잇고’ 등 익숙한 넘버에 신곡이 추가돼 인물의 심리와 갈등을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눈보라·빙결·얼음성 등 상징적 이미지도 조명, 무대장치, 의상 변화, 특수효과를 통해 환상적으로 구현한다.

어셈블리 홀 ◆크리스털 파이트와 에크만, 베자르, 마이요

최근 해외 수준작과 개성 있는 국내 창작 공연이 이어지면서 관객층도 확 넓어진 무용계는 올해 또 한 차례 질적 전환을 추구한다. 국내 단체는 작품 형식과 서사를 넓히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세계적 거장 안무가는 자신들의 대표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올 6월에는 캐나다 출신 안무가 크리스털 파이트가 처음 내한한다. 윌리엄 포사이스의 프랑크푸르트 발레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다 2002년 자신의 무용단을 창단했다. 신체 움직임과 언어·연극적 구조를 결합한 서사적 안무로 독보적 명성을 얻었다. 작품마다 인간의 내면, 권력과 폭력, 집단 심리 같은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군무의 정밀한 합과 심리적 긴장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 상에서 최우수 무용작품상을 수상한 ‘어셈블리 홀’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내한했던 인기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도 6월 다시 방한해서 대표작 ‘한여름 밤의 꿈’을 선보인다.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의 백야를 배경으로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축제를 대규모 현대 발레극으로 펼쳐낸다.

4월에는 현대 발레의 교과서로 불리는 베자르 발레 로잔(BBL)이 25년 만에 서울을 찾아 모리스 베자르의 상징적 작품 ‘볼레로’와 ‘불새’ 등을 선보인다. 명문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5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백조의 호수’를 국내 초연한다.


딥스타리아 영국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도 GS아트센터 초청으로 서울에 온다. 과학과 기술을 안무의 동력으로 끌어들여 ‘몸이 사고하는 방식’을 탐구해 온 무용가다. 특히 인공지능을 창작 파트너 삼아 시각예술·음악·뉴미디어와의 협업을 통해 신체의 가능성을 확장해 왔다. GS아트센터 기획 시즌의 ‘예술가들’ 시리즈로서 심해의 유기적 움직임에 실시간 사운드·조명을 융합한 최신작 ‘딥스타리아’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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