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겨냥해 한·중간 협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중국으로선 일본 및 대만 관련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양국이 국제 관계나 안보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中 관영매체 "韓中, 美 보호주의·日 군국주의 맞서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일 논평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해 한중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양국이 다자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평은 또 일본을 겨냥해서도 과거사 책임을 희석하거나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역내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며 과거 전쟁의 고통을 겪은 한중 양국이 평화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논평은 이 대통령의 방중은 "양국 관계의 긍정적 궤적을 공고히 하고 미래를 향한 더 명확한 방향을 설정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경제사절단...한중간 경제무역협력 강화 의지
중국 내에선 이 대통령의 방중이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삼성·현대차 총수 등 200여명 규모의 경제 사절단이 동행하는 것은 한중 경제 협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라는 평가다. 글로벌 무역 보호주의 확산에 맞서 한·중이 경제 무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왕쥔성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원은 국영중앙(CC)TV 인터뷰를 통해 "중한 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나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3' 메커니즘 아래서 제3국 시장 공동 개발 등 방면 긴밀히 협력해왔다"며 "글로벌 무역보호주의에 맞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왕 연구원은 " 한국은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 관심이 크다”며 “이는 중국의 고품질 발전 추진 과정에서 상호 이익을 위한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를 바라기 때문으로, 특히 인공지능(AI) 등 신흥 분야에서 양국간 경제 무역 협력 전망은 밝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중국내에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이 대통령이 방중 기간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유적을 방문하는 것에도 외교적 의미를 부여한다.
리민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소 부연구원은 중국신문망과 인터뷰에서 “상하이 임시정부 유적지는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싸운 중한간 공통의 역사적 기억을 담은 곳”이라며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맞서 양국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관찰자망은 “이 대통령이 상하이 방문 일정에서 루쉰공원의 매헌기념관을 찾아 윤봉길 열사를 기리고 아태 지역의 평화와 정의를 촉구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미 동맹·미중 경쟁 속 한중 안보 협력은 제한적
일각에선 한·중 양국이 안보 등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긴 어려울 것이라 관측도 나온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한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제 관계 및 안보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은 상대방을 만족 시키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 군사 동맹으로 인해 한국은 중국, 일본, 대만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을 크게 바꿀 가능성이 낮고, 중국도 한반도 문제가 미중 지정학적 경쟁과 얽혀 있는 만큼 한국에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관찰자망은 북한의 강경한 태도에 맞서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승인을 받아 핵잠수함 등 군사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미국의 신임을 얻고 국내 군사력 강화라는 윈윈 전략처럼 보이지만, 이는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재정 부담을 키울 뿐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또 "(중국과 관계에 있어서) '정냉경열(政冷經熱·정치적으로 차갑고 경제적으로 뜨겁다)'이라는 시나리오는 더 이상 실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선 중국과 원활한 소통을 유지하며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줄타기를 하는 것이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아주경제=베이징=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