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격동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의 질서를 모두 뒤바꾸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생각하는 듯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지만 대통령 한 명의 변화가 이렇게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기존에 체결되었던 국가 간 조약, 오랫동안 확립되었던 국제 사회의 관행 등은 그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폐지하지 않고 관세를 부여하고, 수천억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그의 요구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하고 맞서거나 못하겠다고 나서는 국가들은 없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힘, 그리고 미국 시장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우리 모두 새삼스럽게 깨닫는 한 해였다.
2025년은 전쟁과 평화가 교차한 한 해였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되었던 중동의 분쟁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비화하였다. 내키지 않지만 이스라엘을 지원하던 미국은 이스라엘이 어찌할 수 없던 이란의 지하 핵 개발 시설을 폭격기와 지중관통탄을 이용해 파괴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 전쟁은 끝났음을 선언했다. 당사자들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이란도, 이스라엘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수만 명이 사망했지만 끝날 줄을 모르던 가자전쟁도 트럼프 대통령의 우격다짐이 마무리 지었다. 평화협정 체결을 기념해 이집트에 모인 세계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칭송하기 바빴다.
미국의 변화는 대서양 건너 유럽을 긴장시켰다. 그동안 이론상으로만 논의되던 미국 없는 유럽,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유럽이 갑자기 현실로 다가왔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미적거리던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와 채근에 국방비를 본격적으로 증액하기 시작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병력이었다. 결국 프랑스, 독일 모두 애매모호한 형태의 징병제를 다시 도입했다. 탱크와 전투기를 팔아 복지를 늘렸던 유럽이 과연 복지를 줄여 무기를 장만할 수 있을지 궁금했지만 미국이 떠나갈 것이라는 선언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2025년은 세계화가 확실하게 막을 내리기 시작한 해였다. 사람, 상품 그리고 자본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하는 것이 세계화의 본질이었다. 그것이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확신했다. 모두가 벽을 낮추고 더 많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경쟁을 벌였다. 일부 국가들은 불만을 가졌지만 속도의 문제일 뿐 방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없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무비자, 해외직구 그리고 해외주식투자는 세계화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이제 사람과 상품의 이동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이동을 막기 위한 물리적 장벽과 제도적 수단들이 다시 동원되었다. 15%의 관세는 표준적인 것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자본뿐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미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해서 배당과 이자 그리고 차액을 기대하는 것이 가능해질지 점점 궁금해진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만 대한민국에서 진행되었던 미·중 정상회담은 상황을 일정부분 변화시켰다. 양국 모두 한발씩 물러서고 더 긴장감을 높이지 않는 것에 합의했다. 1년짜리 휴전이었다. 서로가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양보는 미국이 훨씬 많이 했다. 중국이 꺼내든 각종 수출통제 장치가 미국을 아프게 했다.
반면 미국이 가했던 압박에 대해 중국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급자족을 부르짖으면서 원자재와 식량을 비축하고 국내 생산을 늘렸다. 수입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각종 기술의 국산화에 투자했다. 대부분의 국가라면 통용되지 않을 수단이지만 14억명의 인구, 강력한 중앙집권을 통한 자원배분이 가능한 중국에서는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1년의 휴전 동안 양측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상대의 약점을 아프게 공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타협을 하는 사이에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지속되었다. 취임 직후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을 믿었던 사람은 없었지만 그가 취임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도 없었다. 우크라이나라는 당사자를 배제한 협상에 세계는 경악했다. 하지만 온갖 수모를 견디면서 미국을 설득하고,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다음은 자신 차례임을 알고 있던 유럽 각국의 노력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노선에서 한발 물러나 중재자로서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얻은 것이 많지 않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휴전과 평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이제 트럼프 대통령도 알게 되었다.
강대국의 대결과 전쟁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도 보통 사람들의 관심은 생활비에 집중되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를 중심으로 한 비용의 상승은 당연하게 여겨지던 많은 것들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각종 비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출 것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자본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뉴욕 시장으로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면서 부담 가능한 비용을 주장했던 조란 맘다니를 선출하는데 이르렀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공지능(AI)이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막대한 투자가 이어졌다. 하지만 투자에 상승하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AI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2000년 IT 버블 붕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버블이 붕괴해도, 붕괴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 2026년인 것이다.
미국의 급변으로 기존 질서가 붕괴하는 와중에 우리는 새로운 어떤 전략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맞설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세계화 시대에 누구보다도 잘 작동했던 우리의 성공모델은 이제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이 되었다. 영원할 것 같던 질서의 붕괴로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에서 우리는 다시 기회를 찾고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충격에서 벗어나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위해 다시 뛰어야 하는 2026년인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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