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3월 입학 시즌을 앞두고 전세 품귀 현상이 벌어진다. 언 손을 부여잡고 살 집을 찾아 발품을 파는 이들이 몰린다. 그런데 요즘 이사철은 시작도 안 했는데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전세 매물이 급감한 결과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서울 전세 매물 4개 중 1개가 사라졌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 초 3만1814개(1월1일)였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828개(22일 현재)로 감소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이 전세의 씨를 말렸다. 집을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해, 전세를 줄 수 없다.
매물을 찾기 힘들어지니 기존에 살던 전셋집에서 눌러사는 이들도 급증했다. 올해 10월 16일~12월 22일 강남 3구 내 갱신권을 사용해 전세를 연장한 수는 3202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7% 늘었다. 반면 신규 전세계약 건수는 32% 넘게 줄었다.
기존 주택에서 나오는 전세 물량이 급감했다면, 새집에서 나오는 전세라도 늘어야 한다. 그런데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직방)은 총 1만6412가구로, 올해(3만1856가구)의 51% 수준에 그친다. 25개 자치구 중 강북·관악·금천·노원·성동·용산·종로·중구 등 8곳은 입주 물량이 '제로(0)'다.
전방위적으로 공급이 축소되면서 전셋값은 상승세다. 올해도 서울 전셋값(주택산업연구원)은 3.0%나 올랐다는데, 내년에는 4.7%나 뛴다고 한다. 겨우 괜찮은 매물을 찾았다고 해도, 높은 보증금에 집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파트에서 빌라로 눈높이를 낮추는 것도 껄끄럽다. 전세사기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렇다고 공공임대를 받기에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 주거비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월세 시장을 두드려야 하는 판이다. 그러나 월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5∼8월 0.2%대에서 9월 0.3%대로 올랐다. 이어 대책이 발표된 10월(0.64%)과 11월(0.63%)에 0.6%대로 뛰었다. 올해 (1∼11월) 서울 아파트 월세는 3.29% 상승해,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상승률 3%를 넘어서기도 했다.
전전긍긍하는 사이, 봄 이사철까지 맞으면 '전세대란'이 벌어진다. 이미 수치상으로는 '전세대란'이나 다름이 없다. 12월 KB국민은행의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59.8, 경기는 160.4를 기록했다. 경기 전세수급지수가 160을 웃돈 것은 2021년 10월 이후 3년여 만이다. 인천 역시 164.5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이고, 150을 넘어서면 전세대란 위기라는 것을 뜻한다.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서민 주거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주택공급대책이나, 공공주택의 주체로 거듭날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개혁안을 내년으로 미뤄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정부가 주택 공급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신호를 줘야 전세시장이 안정된다. 집값급등지역이 아니라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다거나, 무주택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전세대출을 완화하는 등의 핀셋 조정이라도 해야 한다. 서민이 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방선거를 앞둔 내년, 이보다 우선순위에 둘 일은 없지 않겠는가.
황준호 건설부동산부장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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