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돈가스 마니아들이 성지로 꼽는 경북 칠곡군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돈가스 4대 천왕’이 한자리에 모여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외식업중앙회 칠곡군지부는 7일 왜관읍 카페파미에서 한미식당, 아메리칸레스토랑, 포크돈까스, 쉐프아이가 등이 참여하는 블라인드 평가회를 열었다. 이들 식당은 긴 대기 줄로 유명하다. 돈가스를 맛보기 위해 먼 걸음을 마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7일 칠곡군 왜관 카페파미에서 열린 돈가스 4대 천왕 블라인드 평가회에 참석한 김재욱 칠곡군수와 평가단 및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칠곡 돈가스 문화의 뿌리는 1950년대 주한미군 주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이 많은 지역 특성상 식당들이 자연스레 서양식 조리법을 익히면서 돈가스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발전했다. 그 흐름의 정점에 선 집이 바로 한미식당이다. 45년 넘게 한 간판을 지켜온 한미식당은 칠곡 돈가스의 출발점이자 상징으로 지난해 휴게소 음식 페스타 명품 맛집 대상을 수상하며 가장 먼저 전국구 명성을 굳혔다.
28년째 미군 부대 앞을 지키고 있는 아메리칸레스토랑은 1990년대 경양식의 향수를 가장 온전히 간직한 곳이다. 양파와 채소를 푹 고아 만든 소스는 “어머니가 해주던 옛날 돈가스 맛 그대로”라는 평가와 함께 꾸준한 팬층을 형성해 왔다.
현지인 맛집으로 떠오른 포크돈까스는 사장이 친구 가게의 맛에 반해 직접 레시피를 전수받아 지금의 가게를 이어온 곳이다. 염지부터 소스와 양파 샐러드까지 모두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옛 스타일을 고수한다. 택시 기사들이 관광객에게 추천하는 ‘믿고 가는 집’으로 통한다.
신흥 강자 쉐프아이가는 각종 경연 대회 수상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표 메뉴인 피자 돈가스는 사장이 포항 출신 아내가 중학생 시절 즐겨 먹던 맛을 복원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개월 연구 끝에 만든 메뉴다.
이날 네 곳의 메뉴는 매장명을 숨긴 A·B·C·D 방식으로 제공됐다. 25명의 평가단은 맛·식감 등을 기준으로 맛집을 평가했고 무승부 판정을 내렸다. 이날 칠곡군 홍보대사 슬리피도 블라인드 평가에 참여해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그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경북 칠곡이 왜 돈가스 성지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미군부대 앞 작은 식당들에서 시작해 세대를 거쳐 이어진 흐름이 오늘의 개성을 만들었다”며 “이런 이야기를 가진 음식이 많다는 것이 칠곡의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칠곡=배소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