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범 6개월 이재명정부 통일외교안보 정책 평가와 전망’ 특별좌담에 참석한 원로들은 북한과의 거리를 좁히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현 정부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계엄 1년을 맞은 지난 3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구조 문제를 들며 “윤석열정부 때 굳어진 것으로 보이는 현 NSC 체제는 장관급 외교안보실장 밑에 차관급 실장 3명이 있다”며 “이 차관급이 통일·외교·국방부 장관과 같은 급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투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교장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교감들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바로잡을 것을 촉구했다. NSC 설치 과정의 난맥상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윤 정부의 차장(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 안보실을 쥐고 흔들려 했던 인적 문제에서 기인했다”며 “이를 답습하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도 “노무현정부 때 NSC 상임위원회 의장을 통일부 장관이 맡았다”며 “남북관계가 최우선이고 한미관계는 남북관계와 연동돼 있다는 확고한 방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대통령의 말을 보면 분명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도 실제 운영은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며 우선순위의 불분명함을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석좌교수는 “NSC가 특정 부처의 입장만을 대변해서는 안된다”며 “대통령과의 긴밀한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대통령의 외교안보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부처에 힘을 실어주는 위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존재감을 키우면서 적대적 두 국가론까지 굳혀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의 단계적 이행을 비롯해 이 대통령이 잇달아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그 이상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비전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