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리, 다시 투자 유치…“헐값 아니다” vs “거품 걷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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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 다시 투자 유치…“헐값 아니다” vs “거품 걷히는 중”
사측 “기업가치 하락? 결단코 없다”
한때 기업가치 3조원으로 평가받으며 ‘여성 패션 플랫폼 유니콘’으로 주목받았던 에이블리(Ably)가 다시 한 번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섰다.

에이블리 제공 시장의 시선은 냉담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가치가 1조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말이 돌고 있으며, 사실상 ‘헐값 수혈’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최근 국내외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투자자 확보에 나섰다.

투자 형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환사채(CB)·교환사채(E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이른바 ‘메자닌(Mezzanine) 금융’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 신주 발행보다는 부채와 주식의 중간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의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년째 자본잠식과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가 절실하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12월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았다”며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았다고 발표했다.

이후 알려진 구조는 사뭇 달랐다. 1000억원 가운데 실제 신규 자금 유입은 200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800억원은 기존 주주 구주 매각을 통해 이뤄졌다.

즉, 기업의 실질 현금 유입보다 ‘평가가치’ 중심의 상징적 투자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된 구주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당시 실제 밸류는 1조원 미만 수준이었다”며 “기업가치를 3조원으로 책정한 건 시장가를 반영하지 않은 ‘호가성 밸류에이션’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신주발행 기준의 3조원 평가는 상징적인 숫자였고, 실제 시장에서 거래된 구주 밸류가 더 현실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에이블리 사례를 두고 ‘2세대 유니콘의 현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투자 전문가는 “2020년대 초반 과열된 시장에서 높은 밸류로 투자받은 기업들이 이제 현실 조정을 맞고 있다”며 “거품이 빠지는 시점에서 진짜 지속 가능한 모델을 갖춘 기업만 생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이블리 측은 세계일보에 “현재 투자전략실에서 후속 투자 라운드를 진행 중”이라며 “글로벌 투자 이후 기존 투자자뿐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들로부터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글로벌 투자 이후 후속 투자 문의가 꾸준히 들어왔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업가치 하락설’은 사실이 아니다. 회사의 내부 평가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투자가 에이블리의 생존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현재처럼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플랫폼 산업 전반의 ‘몸값 재평가’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이번 라운드는 에이블리가 다시 한 번 ‘3조 유니콘’의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현실 조정의 상징으로 남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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