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분석 기관이자 매체인 대만 디지타임스(Digitimes)의 콜리 황(Colley Hwang) 회장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 필요성을 역설하며, 삼성전자를 향해 "시대가 변한 만큼 새로운 경영 철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 회장은 10일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삼성전자의 미래 리더십에 대해 심도 있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1993년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천재적인 결정"이라 높이 평가했다. 이후 삼성이 저가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 브랜딩, 자본 집약적 프로젝트로 방향을 튼 것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들었다고 했다.
황 회장은 그럼에도 "이제 세계가 변했기 때문에 삼성도 회사를 운영할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고 직언했다. 황 회장은 "리더십과 미션은 매우 중요하다. TSMC의 모리스 창(Morris Chang)이 좋은 예"라고 부연했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경쟁에 대해서는 협력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과 중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 생존해야 한다"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한국과 대만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대기업에는 대만 기업과 연구 협력 투자를 권하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반도체 개발을 포기하고 반도체 장비 쪽에 주력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회장은 한국과 대만이 일부 영역에서 경쟁하는 것은 사실이나, 산업 전반에서 '공유(Co-share)'와 '공동 창조(Co-create)'가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황 회장은 "솔직히 대만이 향후 10년 안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한국에서 HBM을 사 와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일례로 한국이 대만과의 무역에서 최근 사상 최대 무역 흑자를 기록한 점을 언급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엔비디아로의 납품을 위해 대만 TSMC에 HBM을 공급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황 회장은 최근에도 인텔의 최고경영자, 삼성전자의 전영현 부회장을 만났다면서 한국과 대만이 상호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대만이 공통으로 겪는 '초밀집 사회'와 '낮은 출산율' 문제를 거론하며, 어느 국가도 한국과 대만을 추격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만의 진짜 경쟁자는 한국이 아닌 중국 선전이다"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한국과 대만은 1980년대부터 반도체 분야에서 40년 이상 축적한 경험이 있으며 수직계열화가 이뤄졌다"며 "전세계에서 이런 국가는 찾기 어렵다. 독일, 영국, 인도 등이 추격을 원하지만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시장의 관심이 쏠린 HBM 같은 최첨단 기술보다, 중국의 저가 메모리 분야를 더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막대한 자원과 중앙 통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저가형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 대만 모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황 회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유력 분석가이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도 자랑했다. 과거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대만을 압도하던 때,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 파견돼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에도 여수, 완도, 광주, 속초 등을 직접 운전하며 여행했다고 했다. 황 회장은 고동진 국민의 힘 의원에게는 대만에서도 유명 인사라며 자신의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기념 촬영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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