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자에게 듣는다](18)송의환 엔켐 CTO "전고체 상용화는 장기전…중국·ESS가 성장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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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기술자에게 듣는다](18)송의환 엔켐 CTO "전고체 상용화는 장기전…중국·ESS가 성장 축"
편집자주한국 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놓였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무역 갈등이 겹쳐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위기를 돌파할 열쇠는 결국 기술이다. 기술은 기업의 생명줄이자 존재 가치다. 기업들이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CTO는 단순히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시장을 분석해 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전략가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CTO를 만나 각 산업이 주목하는 핵심 기술과 차별화 전략을 들어봤다. 주요 기업의 기술 전략을 통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가치를 창출할 방안을 모색한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송의환 엔켐 최고기술관리자(CTO·부사장)는 기술 전환 속도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1일 충남 천안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강점이지만, 2030년 양산이 논의돼도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향후 10년간은 액체 전해질 중심의 시장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에도 송 부사장은 전고체 배터리 시대를 대비한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고체 전해질 자회사 티디엘(TDL)을 통해 케미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며 "양극재 업체들의 전고체 시장 진입 가능성까지 고려해 경쟁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 30여년간 활동한 송 부사장은 삼성SDI, 성균관대 산학교수, 동원시스템즈 등을 거쳐 지난 8월 엔켐에 합류했다. 그는 차별화된 기술 개발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송 부사장은 내년 경영 전략과 관련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다소 정체되는 분위기지만 엔켐은 중국 고객사 확대를 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켐은 국내 배터리 소재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중국 기업들과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중국 공장 전체 생산능력은 22만t으로 공급 물량 기준 중국 내 10위 안에 올랐다.


대다수 국내 배터리 소재사가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과 달리 엔켐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던 배경에 대해 송 부사장은 "중국의 다른 기업보다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며, 현지 인재 채용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다"며 "중국 외 지역에도 다수의 생산기지가 있어 해외에 진출하려는 중국 OEM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엔켐은 최근 성장세가 가파른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전해액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송 부사장은 "ESS는 생산 비용 경쟁이 가장 중요하다"며 "거점 전략과 물량 확대를 통해 단가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 ESS 전해질 시장에선 엔켐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전해질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엔켐은 실리콘 음극재 적용에 따른 팽창 문제를 견딜 수 있는 전해질 구조를 연구 중이다. 송 부사장은 "반고체·전고체 배터리용 전해질도 5개년 로드맵을 갖고 메이저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며 개발하고 있다"며 "엔켐 합류 후 전고체 연구개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고 말했다.


최근 엔켐이 리튬이차전지 고전압 전해액 신규 첨가제 개발 기술에 대해 연구개발 기업으로 인정받은 것도 의미가 크다. 송 부사장은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 전압을 높여야 하는데, 고전압 환경에도 적용되는 전해질 구조 설계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특허도 출원하고 고객사와의 기술 협력도 한층 활발해졌다"고 했다.


끝으로 송 부사장은 인재 육성과 연구환경 혁신을 과제로 꼽았다. 송 부사장은 "교수 시절 안전성 연구에 집중했던 경험을 연구개발 조직에 접목할 계획"이라며 "선배들이 쌓은 경험을 체계화해 후배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송 부사장은 "신입사원 멘토링 제도를 강화해 현업 적응 기간을 단축하고 프로젝트별 책임제를 도입해 실무 연구원들이 고객 니즈를 적시에 파악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천안=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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