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신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서울과 경기 지역 33곳의 거래가 사실상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까지 시간이 한 달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통계로 확인되는 거래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일부 수요가 강남 3구 등 기존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 등 두 갈래로 이동한 것도 거래량 감소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의 신규 토지거래허가구역 12곳의 거래량은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15일간 총 17건으로 집계됐다. 지정 직전 15일간(5∼19일) 체결된 거래 3185건에서 99.5% 감소한 수치다. 과천과 의왕, 하남, 성남시 분당·수정·중원구, 하남시, 안양시 동안구, 수원시 장안구 등 9곳은 아예 거래가 없었다.
서울에서 토허구역으로 신규 지정된 자치구 21곳의 거래량 역시 같은 기간 4585건에서 102건으로 97.8% 급감했다. 이는 토지거래허가 절차 도입에 따른 거래 기간 지연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토허구역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계약조건을 합의한 뒤,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관할 시군구에 제출해야 한다. 관련 부서의 협의와 조사를 거쳐 허가 또는 불허가 결정이 내려진다. 허가받은 후에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국회 안태준 의원실에 따르면 경기 토허구역 12곳의 담당 인력은 각 1명에 불과하며, 다른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서울도 조금 사정이 나을뿐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허가 절차와 실거래가 신고 기한(30일)을 감안하면 신규 토허구역의 계약은 이달 중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새롭게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담당 업무 경험이 없어 익숙지 않은데다 인력까지 부족해 계약이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며 "실거래 신고로 본격 반영되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토허구역 영향이 가장 크지만, 일부 유동성이 비규제지역과 강남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거래량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토허구역으로 지난 3월부터 묶여있던 강남3구와 용산구는 오히려 거래량이 상승하는 흐름도 관측된다. 신규 토허구역이 대거 지정된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15일간 4개구의 거래량 합계는 271건으로 집계됐다. 신규지정 이전 15일간 222건의 거래량과 비교하면 22.1%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송파구는 114건에서 156건으로 36.8%, 강남구는 46건에서 59건으로 28.3% 늘었다. 서초구(-11.4%)와 용산구(-5.6%)는 소폭 감소했지만 97% 이상 줄어든 신규 토허구역과 비교하면 선방하고 있다.
윤 위원은 "같은 규제를 받는다면 차라리 강남으로 간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강남 아파트 시장은 마포와 성동구 등 한강 벨트에서 갈아타는 수요가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풍선효과'가 예상된 경기도 비규제지역의 거래량 역시 같은 기간 3353건에서 3872건으로 15.5% 증가했다. 100건 이상이 거래된 지역을 보면 광주시가 72건에서 128건으로 77.8% 급증했고, 화성시는 454건에서 719건으로 58.4% 상승했다. 파주시(31.5%)와 부천 원미구(21.5%), 수원 권선구(19.3%)도 거래량 증가율이 높았다.
이 중에서 파주를 제외하면 최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통계(10월4주차)에서 유의미한 상승률을 기록한 지역이다. 광주와 화성의 경우 각각 올해 들어 주간 기준 최고 상승률(광주 0.14%, 화성 0.13%)을 기록했다. 수원 권선구(0.08%)는 6월 이후, 부천 원미구(0.05%)는 2월 이후 높은 상승률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파주의 경우 최근 주간 가격이 하락(-0.06%)한 지역인데, 현지 중개업소에서 운정신도시를 중심으로 상승세라는 얘기가 나온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남은 이미 규제에 익숙해져 있어 타격이 없는 상황이고 오히려 마포, 성동 등 한강벨트에 한동안 쏠렸던 유동성이 복귀하고 있다"며 "비규제 지역으로의 풍선효과까지 이중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잇따른 규제가 오히려 시장 왜곡만 부추기는 '규제의 역설'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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