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젠서니티' 호응한 한국, '제조 AI' 혁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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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젠서니티' 호응한 한국, '제조 AI' 혁신해야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한국의 총수들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소맥'과 '러브샷'까지 불사하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주연을 내줬다. 젠서니티(Jensanity·젠슨 황에 대한 열광)라는 신조어가 왜 탄생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 화답으로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전쟁'의 핵심 자원인 GPU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기술이 있어도 칩이 없으면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 CEO의 방한에 정부와 기업들이 뜨겁게 호응한 것도 이런 현실적 한계를 돌파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반도체·자동차 등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미래 AI 경쟁력의 '입장권'을 얻은 셈이다.


다만 GPU 공급이 해결됐다고 해서 한국이 곧바로 AI 선도국의 자리에 오르는 건 아니다. AI 전쟁에 '참전할 자격'을 얻은 것에 불과하다. 어떤 전술로 전장을 누빌지, 전투 이후 산업 지형을 어떻게 주도할지에 대한 '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AI 고속도로가 만들어져도, 우리가 타고 달릴 차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AI 산업화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강조했다.


황 CEO는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로 생긴 '공백'에 한국을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선택했다. 한국도 이에 걸맞은 전략이 요구된다. 제조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AI 팹리스 기업이 결합할 수 있는 생태계, 나아가 '제조 AI' 혁신을 위한 국가 주도적 산업·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글로벌 AI 경쟁의 판도는 이미 '초거대 시스템'으로 향하고 있다.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AI 모델·데이터센터·소프트웨어·인프라 등이 결합한 '종합 제조 시스템'이다. 이 지형에서 한국은 '제조 기반 AI'라는 고유의 강점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라다.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조선 등 글로벌 제조의 핵심 분야를 아우르면서 소프트웨어 역량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확보한 GPU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 중심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생산·설계·품질을 실시간 최적화하는 'AI 제조공장' 모델을 선도적으로 구축해 세계 시장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칩 설계·하드웨어·칩스택·AI 솔루션·제조 데이터가 한 데 엮이는 고난도의 산업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이 확보한 GPU는 AI 산업화를 앞당길 일종의 촉매제다. 국가적 구상과 기술 청사진을 현실로 만드는 건 우리 몫이다. 젠서니티에 기꺼이 호응하되, 우리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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