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혜진 기자 “이 아쉬움, 잊지 말아야죠.” ‘금강불괴’ 자부심에 상처가 났다. 야속한 부상 악재는 또 찾아왔다. 지난해 왼쪽 무릎 내측 반월판 연골 봉합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오른 쇄골 쪽 미세 골절을 당했다. 상대 타자가 친 파울 타구에 맞았다. 개인이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가장 중요한 시기, 안방을 비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포수 유강남(롯데)이다. 유강남은 “프로서 10년 넘게 뛰면서 한 번쯤 오겠지 했던 게 한 번에 왔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시즌이었다. 프로 입단 후 처음 마주한 공백기. 조금은 낯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시간을 이겨냈던 건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10㎏ 넘게 체중이 줄었을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유강남은 “지난해 7월에 수술하고 이후 재활에 돌입했다. 캠프 때까지 운동에만 매진했다”고 귀띔했다. 그래서 더 부상이라는 두 글자가 크게 다가왔다. 유강남은 “어떤 이유에서든 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는 점은 마음에 남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설상가상 시즌 막바지 팀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8~9월 승률이 0.275에 불과하다. 8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3위 자리를 지켰으나, 점차 떨어졌다. 최종 7위에 머물렀다. 뒤에서 바라보는 입장인 만큼 더 애가 탔을 듯하다. 유강남은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돌이켜보면 단지 이기고 싶은 마음, 그것뿐이지 않았을까 싶다. (8월) 길었던 연패 속에서 우리가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돌이켜보고, 반성할 것들은 반성해야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어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희망도 있었다. 전반기 ‘다크호스’라 불리며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고비를 넘진 못했지만, 롯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유강남은 “선수 모두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 버텼던 것 또한 결코 운이 아니다. 개개인과 팀이 써 내려간 플레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시 뛸 준비를 한다. 시즌을 마친 뒤 일주일 정도만 쉬고, 바로 훈련에 돌입했다. 유강남은 “내일은 더 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유강남이 롯데 유니폼을 입은 지도 어느덧 3년이 됐다. 2022년 11월 자유계약(FA)을 통해 합류했다. 많은 것들을 느끼고 경험했다. 기대가 높은 만큼, 때로는 날선 화살을 맞기도 했다. 머릿속을 비웠다. 유강남은 “원래 욕심이 많은 성격이다. 뭐든 어떻게 해서든 노력해서 얻어내려 노력했다”면서 “솔직히 올해 힘든 순간이 진짜 많았다. 조금 내려놨다. 잡으려고 할수록 도망가는 것들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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