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에 최고 145m 높이의 업무시설을 건립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 고시됐다. 종묘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국가유산청이 반발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시보에 고시했다.
세운4구역의 북쪽 맞은편에는 종묘가 위치하고 있지만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기준인 100m 밖에 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유산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 시도지사가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정하는데, 서울시의 경우 100m로 설정돼있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번에 고시된 재정비촉진계획에서는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는 당초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변경됐다. 당초 지상 15~20층 높이의 업무·판매 시설 등을 짓는 내용의 계획을 수립했다가, 이번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고시로 최고 41층까지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와 국가유산청은 그간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가유산청은 기존에 정한 55~71.9m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세계유산법)'에 따라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시는 해당 구역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산청에서 요구하는 높이 등의 내용은 법적으로 근거가 없어 주민에게 제안할 수 없다"며 "법적인 근거가 없어서 국가유산청도 권고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운4구역은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018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사업 속도는 더딘 실정이다. 높이 규제로 인해 사업성이 낮았던데다, 역사 경관 보존 등을 이유로 여러차례 심의를 거치면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세운4구역은 이번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고시 이후 통합심의, 사업시행계획 변경 등의 단계가 남아있는 상태다.
서울시는 "주민들이 제안한 건축물 높이는 180m였지만 주민 제안을 그대로 받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고 앙각 기준 등을 적용해 145m로 정한 것"이라며 "종묘 담장으로부터 100m까지는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해당하고, 앙각 기준 밑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기에 그 기준을 가져와서 보존지역 외부임에도 앙각 기준보다 낮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제2의 왕릉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김포 장릉 문화재 450m 앞에 건립된 검단신도시에 건립한 3곳의 아파트 단지에 대해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건설사와 인천 서구청을 고발해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재판에서는 건설사가 최종 승소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가 종묘 인근에 있는 세운4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을 유네스코에서 권고하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변경 고시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145m까지 대폭 상향 조정하는 변경 고시를 함에 따라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서울시에 기존 협의안을 유지하고 유네스코 권고사항에 따라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선행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하여 변경 절차를 추진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이번 변경 고시를 강행했다"고 덧붙였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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