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EV) 시장 둔화 속에서 제너럴모터스(GM)가 LMR(리튬·망간·리치)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저가형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GM은 이달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한국 배터리 셀·소재 기업들을 초청해 LMR 기술 협력 논의를 시작한다. EV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대체할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오는 11~12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LMR 콘퍼런스'를 열고 국내외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연구개발 현황을 공유할 계획이다. 이번 콘퍼런스는 LMR 셀 개발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각사마다 약 10분간 발표를 진행한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LG화학, 엔켐 등이 참석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특정 배터리 기술을 중심으로 독자 콘퍼런스를 여는 것을 이례적인 움직임으로 본다. GM은 글로벌 파트너들과 공급망을 정비하고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GM 측은 콘퍼런스 개최 취지에 대해 "배터리 산업의 주요 공급업체와 혁신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LMR 기술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전문 콘퍼런스"라며 "초청받은 인원에 한해 참석 가능"이라고 밝혔다.
LMR 배터리는 양극재에서 가격이 비싼 코발트와 니켈을 저렴한 망간으로 대체해 원가를 낮춘 제품이다. 긴 주행거리와 낮은 비용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로 평가되며 중국 LFP 배터리를 대체할 새로운 저가형 배터리로 주목받는다. GM 자체 연구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 트럭 기준으로 LFP 배터리는 최대 약 350마일(563㎞)을 달릴 수 있는데, LMR 배터리는 400마일(644㎞)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GM은 배터리 셀 제조, 원자재 확보, 기술 내재화 등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 2028년까지 세계 첫 상용화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상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가 부품사 대상 기술 설명회를 여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특정 배터리 기술 협력 콘퍼런스를 직접 주최하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기술 공유 범위를 둘러싼 긴장감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타사 관계자들도 함께 발표를 듣는 것으로 안다"며 "개발 현황을 얼마나 공유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GM은 최근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공장에서 수천명의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근로자를 해고하기로 했다. 미 연방 정부가 EV 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고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EV 산업 정책을 전면 수정하며 수요가 급격히 둔화한 데 따른 조치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오하이오·테네시 배터리 공장은 내년 1월5일부터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GM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LFP 배터리를 대체할 '저가형 배터리'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EV가 여전히 회사의 '북극성'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방향성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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