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울산을 거점 삼아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DC)를 건설해 AI DC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그룹 사업에 ‘AI DNA’를 심겠다는 포석이다.
2일 SK에 따르면 SK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사업 비용은 약 7조원(49억달러) 규모로 2027년 가동하는 게 목표다. 전체 부지는 6만6000㎡(2만평)로 축구장 11개 크기에 달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장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현재 건물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지반에 말뚝을 박는 기초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9일 건설현장에서 만난 김재석 SK브로드밴드 AI DC 기술본부장은 “AI 전용 데이터센터로 설계돼 구축되는 국내 최초, 최대 규모 AI DC”라고 말했다. 전력 용량은 40㎿(메가와트)에서 100㎿급으로 확장하고, 추후 GW(기가와트)급까지 증설할 수도 있다.
SK AI DC 조감도. SK 제공 시공사로 선정된 SK에코플랜트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밀도는 최대 10배, 발열을 줄이기 위한 냉각 용량은 10배 이상 높여 AI DC를 만드는 게 목표다. AI DC는 데이터를 단순 저장하는 일반 데이터센터와 달리 AI 학습과 추론이 가능하게 설계된다. 높은 발열의 AI 가속기를 식히려면 렉당 40~100(㎾)의 냉각 용량이 필요하다. 고전력, 고발열 장비로 구성돼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려면 냉각 시스템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수다. 이 AI DC에는 공랭식과 수랭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이 적용된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과 냉각수를 칩이나 중앙처리장치(CPU)에 공급해 발열을 줄이는 수랭식을 연계한 방식이다.
SK그룹은 AI DC 설계에 그룹 계열사를 총동원했다. SK에코플랜트 외에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AI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SK가스, SK멀티유틸리티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를 공급하고, SK하이닉스, SK AX를 포함한 다른 계열사도 역량을 모았다.
AI DC에서 차로 15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도 지난해 상업 가동을 개시했다. AI DC가 완공되면 LNG 저온에너지를 데이터센터 냉각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은 AI DC 건설을 계기로 국내외 주요 사업자들과 협력을 확대해 초기 시장을 주도할 방침이다.
울산=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