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WS… 야마모토 보고 감탄한 원태인, 왜 오타니 ‘명언’ 떠올렸을까

글자 크기
화제의 WS… 야마모토 보고 감탄한 원태인, 왜 오타니 ‘명언’ 떠올렸을까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한 명의 야구 팬으로서 지켜봤습니다. ”

2025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의 여운이 머나먼 한국까지 맴돌았다. 심지어 대표팀 훈련장마저 뜨거운 여운으로 들썩였을 정도다.

특히 KBO리그 최고 토종 투수 중 한 명인 원태인(삼성)은 홀로 WS 3승을 거둔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를 향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존경스럽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동경의 마음에서 한 발걸음 더 뗐다. 먼 훗날 혹시 모를 맞상대 가능성에 대한 열망까지 불태운 원태인이다.

다저스는 2일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서 끝난 MLB WS 7차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연장 접전 끝 5-4로 꺾었다. 지난해에 이어 WS 2연패의 기쁨을 만끽한 순간이다.

팀의 에이스 야마모토는 이번 포스트시즌(PS)에서만 6경기(5경기 선발) 등판, 2차례 완투에 5승1패 평균자책점 1.45(37⅓이닝 6자책점)를 써내 우승 일등공신으로 우뚝 섰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등극한 WS는 말 그대로 ‘독무대’였다.

WS 2차전 완투승부터 시작해 6시간이 넘는 대혈전을 펼친 3차전에선 불펜피칭 대기까지 불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일 6차전 6이닝 96구를 던진 가운데 휴식 없이 하루 뒤 최종전 불펜 등판까지 감수한 것. 7차전서 2⅔이닝 무실점 역투로 우승을 확정짓는 ‘헹가레 투수’ 역할을 맡았다.

사진=AP/뉴시스
같은 날 경기 고양시 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서 모인 대표팀 선수들도 이 모습을 지켜봤다. 공교롭게 훈련장 도착 시간과 이 경기 마지막 이닝이 맞물렸다. 몇몇 선수들은 버스에서 내리면서도 경기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에 온 시선을 뒀을 정도다. 나아가 다저스의 극적인 역전극에 모두가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원태인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야마모토와 함께 오타니 쇼헤이, 사사키 로키 등의 이름을 꺼내기도 했다. “일본인 선수들이 다저스의 주축으로 활약해 우승을 이끌었다고 생각한다”며 “너무나도 좋아하는 선수들이고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번 우승을 보면서) 마치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처럼 보였다. 그만큼 멋있었다”고 밝혔다.

야마모토는 2024시즌을 앞두고 12년 3억25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으로 다저스 품에 안겼다. 이는 빅리그 투수 최고액에 해당한다. 모두의 의구심을 잠재우고 보란듯이 호투를 펼친 것. 원태인의 가슴에도 불을 질렀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투수라고도 부르지만, (팀을 2년 연속 우승시켰으니) 가성비가 좋은 것 아닌가. 진짜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은 배경이다.

사진=뉴시스
감탄은 멈추지 않는다. “벼랑 끝에서 팀을 구해내는 활약이었다”고 운을 뗀 원태인은 “더 큰 무대, 더 큰 중압감 속에서 계속해서 더 강한 볼을 뿌리고 있었다. 야마모토 선수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느낀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동기부여로 삼고자 한다. 곧장 취재진을 향해 유명한 문구를 꺼내들었다. 바로 이도류 슈퍼스타 오타니가 지난 2023 WBC 결승전 미국전을 앞두고 동료 선수들에게 남겼던 말이다. 당시 “동경하지 맙시다! 오늘 하루만큼은, 그들에 대한 동경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 생각합시다!”는 발언이 큰 화제를 끈 바 있다. 이때 오타니의 맹활약을 앞세운 일본은 ‘강적’ 미국을 3-2로 격파하며 정상에 섰다.

WBC는 내년 3월 제6회 대회로 돌아온다. 원태인은 한국의 선발진을 이끌 주축으로 평가받는다. 쉴 겨를이 없다. 올 시즌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PS)을 마친 뒤 짧은 휴식만 취하고 글러브와 스파이크 끈을 재차 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대표팀 소집에선 투수조장으로 임명됐다.

마음가짐을 되새기겠다는 각오다. 야마모토와 오타니 모두 존경하는 롤 모델이지만, WBC에선 맞붙을 수 있는 적이기도 하다. 이 점을 주목한 원태인은 “2년 전 오타니 선수의 멘트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그걸 되새기고 경기에 들어가지 않을까”라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이들과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영광스러운 무대와 경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팬이 아닌 상대 팀으로서 마운드에 오른다. 그때만큼은 존경하는 마음을 버리겠다.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생각만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AP/뉴시스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