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KS 뚫고, ‘V4’ 엔딩 물들인 클로저 유영찬… “글러브 너무 세게 던졌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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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KS 뚫고, ‘V4’ 엔딩 물들인 클로저 유영찬… “글러브 너무 세게 던졌나봐요”
LG 유영찬이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팀 우승을 확정짓는 세이브를 올린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쌍둥이 군단 역사에 남을 마지막 장면, 유영찬(LG)이 물들였다.

LG가 29년 만에 우승 한을 풀었던 2023년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당시 5차전의 엔딩이 그려질 때, 마운드 위에 있던 선수는 고우석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시즌을 끝으로 미국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펼치러 떠났다. 비어있던 LG의 마무리, 그 자리를 채워온 유영찬이 2년의 시간을 지나 LG의 ‘V4’ 대미를 장식하는 엔딩요정으로 거듭났다.

10월의 마지막 날,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와 한화의 2025 KS 5차전의 9회말이었다. LG가 4-1 리드를 잡은 채,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노렸다. 마운드에는 당연히 클로저 유영찬이 올랐다. 루이스 리베라토-문현빈을 뜬공으로 잡아냈다. 한 개의 아웃카운트를 남기고 노시환에게 좌전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대세에는 영향이 없었다. 침착하게 최종 타자 채은성에게 땅볼을 이끌었고, 직접 그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했다.

좋은 피칭에 이은 완벽한 수비, 그렇게 ‘V4’의 마침표가 찍혔다. 유영찬은 왼손에 끼고 있던 글러브를 빼 힘껏 던지며 포효했다. 평소 감정 변화를 잘 드러내지 않는 그에게서 보기 드문 호쾌한 세리머니였다.

유영찬은 “2년 만의 우승이라 기분이 너무 좋다. 이 기세를 이어 내년에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 이렇게 클로저로 마지막에 던졌지만, 여전히 욕심은 크지 않다. 어느 보직을 맡든 내년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눈빛을 번뜩였다.

LG 유영찬이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팀 우승을 확정짓는 세이브를 올린 후 염경엽 LG 감독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음고생이 없는 우승은 없다. 당장 이번 시리즈만 돌아봐도 부침이 없지 않았다. 지난 29일 3차전에서 팀이 3-1로 앞선 8회말 1사 1·3루 위기에 마운드를 물려받았다가, 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며 고개를 떨궜다. 충격적인 뒤집기 허용, 패전의 멍에를 썼다. 무엇보다 2연승 중이던 팀의 기세를 잇지 못했다는 게 마음이 무거웠다.

좌절하지 않았다. “3차전은 너무 막고 싶은 마음에 평정심을 잃었다”고 스스로를 진단한 그는 4차전에 다시 등판해 1이닝 2탈삼진으로 세이브를 챙기며 부활했다. 이날 5차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세이브를 추가하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승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유영찬은 “KS는 그전에 못 던졌더라도 또 다음 경기를 해야 하는 시리즈다. 못 던졌다고 힘들어 하기보다 다음 경기에 집중하자는 생각만 했다. (마음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2년 전과 같이, KS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설?다. 좋은 결과로 끝나서 좋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까 준비를 했는데, 생각보다 글러브를 너무 세게 던졌다. 던지고 보니 사람들이 있는 곳에 던진 걸 알았다. 그 순간에 살짝 그 걱정이 들었던 것 같다”고 웃은 그는 “마지막 장면을 만든 마지막 투수로서의 의미보다는, 우리 팀이 하나가 돼서 우승을 했다는 게 더 좋다”며 우승을 함께 쌓아준 팀원들을 향한 감사의 메시지를 띄워 보냈다.

LG 유영찬이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팀 우승을 확정짓는 세이브를 올린 후 포수 박동원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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