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가 올해 3분기 2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며 신용등급 하향을 예고했다. 3사가 같은 건설사를 상대로 동시에 경고성 보고서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잇따른 안전사고의 여파가 재무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신용평가(한신평), 한국기업평가(한기평),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포스코이앤씨의 대규모 손실은 안전사고 리스크가 재무 부담으로 직접 나타난 것"이라며 "실적과 재무 구조를 보고 신용등급 하향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각 신평사들은 현재 신용등급(3사 모두 A+) 대비 영업이나 재무적 부담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올해 3분기 확정 실적과 구체적인 손실 내역, 재무구조 변화 등을 면밀히 검토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용등급은 회사가 빌린 돈을 잘 갚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점수다. 이 점수가 떨어지면 은행이나 시장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고 이자도 더 많이 내야 한다. 지난 27일 포스코이앤씨의 모회사 포스코홀딩스 공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19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908억원의 손실에 이은 2개 분기 연속 적자다. 이로써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616억원으로 불어났다. 한기평은 "다음 분기에도 2300억원 수준의 추가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2025년 연간 영업적자는 4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대규모 손실은 잇따른 안전사고의 영향이 컸다. 한기평은 "함양-울산 고속도로 10공구 사망사고 발생 이후 약 1개월간 모든 공사 현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해 일부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며 "신안산선 사고와 공사 중단으로 인한 예상 손실 등도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지방 부동산과 해외 시장도 실적 악화에 기여했다. 한신평은 "대구 등 지방 미분양 현장에 대한 대손상각비, 폴란드 바르샤바 소각로 프로젝트의 추가 원가도 실적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답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재무 체력도 급격히 나빠졌다. 2020년부터 5년 연속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온 기조가 올해 들어 완전히 무너졌다. 2024년 말 -267억원이던 순차입금(연결기준)은 올해 6월 말 기준 8091억원으로 급증하며 순채무 상태로 돌아섰다. 나신평은 "부채비율은 136.1%, 순차입금의존도는 10.1%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저하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실적과 재무 악화로 포스코이앤씨는 이미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이앤씨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률은 -5.1%인데, 이는 한신평의 하향 검토 요인(영업이익률 3% 미만)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나신평(이자세금차감전영업이익÷매출액이 4% 이하)이나 한신평의 하향 요건도 충족한다.

게다가 포스코이앤씨는 5개월 내로 총 2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아야한다. 일단 11월 만기가 도래하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는 보유 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내년 3월 만기가 돌아오는 1650억원 규모의 회사채의 상환 여부가 관건이다. 현재 현금성 자산(6월 말 기준 5978억원)만 보면 아직 여력이 있어보이지만, 현금 유출 속도가 심상치 않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순유출(-7015억원)로 돌아섰다. 현금흐름은 장부상이 아닌 실제로 들어온 돈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버는 것보다 쓰는 돈이 많아 회사의 통장 잔고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현금 여력이 부족할 경우 새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을 갚는 '차환 발행'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돈을 빌려줄 투자자가 없을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겪은 HDC현대산업개발은 당시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한 단계 하락했고, 수년간 회사채 시장에서 퇴출됐다. 최근에서야 공모채 발행을 다시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포스코이앤씨가 모회사인 포스코홀딩스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신평은 "잇따른 사고와 행정처분 등으로 브랜드 신인도와 시공역량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될 경우 신규 수주활동 차질, 수주물량 감소 등으로 본원적인 사업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투자심리 약화로 차입금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우발채무의 차환여건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신평도 "사고로 인한 대외 신인도 하락이 자금 조달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PF 보증 및 회사채 차환이 어려워져 단기 재무 대응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포스코이앤씨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선언한 '안전 최우선 경영' 원칙에 따라 안전에 전사적인 힘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 임원 전원은 4차례에 걸쳐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을 직접 찾아 '현장 전사경영회의'를 여는 등 기존의 회의실 중심 문화를 현장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당장 신용등급이 내려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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