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효주가 ‘로맨틱 어나니머스’에서 쇼콜라티에로 변신, 완벽한 일본어 연기와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언어의 벽을 뛰어넘은 사랑을 그렸다. 지난 1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일본 넷플릭스 1위에 올랐고 한국·대만·태국·브라질·인도네시아·홍콩·싱가포르·도미니카공화국 등 여러 국가에서도 5위 안에 들며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사람과 접촉하는 것이 어려운 남자와 눈을 마주 보는 것조차 힘든 여자가 초콜릿을 매개로 서툴게나마 사랑에 마음을 열어가는 힐링 로맨틱 코미디다 극 중 한효주는 천재적인 기술과 감각을 겸비한 쇼콜라티에 ‘이하나’로 분해, 세상과 단절된 인물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을 차분히 그려냈다.
이하나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타인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채 숨어 살아가는 인물. 초콜릿을 만들 때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로웠지만, 사람 앞에서는 한마디조차 내뱉기 어려웠다. 그는 사부 겐지(오쿠다 에이지)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일본의 초콜릿 공방 ‘르 소베르’에서 익명으로 일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결벽증을 앓는 재벌가 후계자 소스케(오구리 ?)를 만나며 균열이 생겼다. 서로에게만 유일하게 불안이 전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하나는 오랜 시간 닫아두었던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한효주는 이번 작품에서 감정을 꾸미지 않고 인물의 흐름에 집중한 연기로 시선을 모았다. 감정의 파동을 과장하지 않고 행동과 시선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인물이 가진 불안과 따뜻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특히 일본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연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언어의 제약이 있는 일본 현지 촬영에서도 대부분의 대사를 직접 일본어로 소화해 극의 현실감을 높였다. 노력에 노력을 더한 일본어 연기에 더불어 진심에 가까운 발음과 호흡이 인물의 내면과 맞물리며, ‘이하나’의 인간적인 면을 한층 도드라지게 했다.
이처럼 한효주는 ‘로맨틱 어나니머스’를 통해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인물의 변화에 집중한 그의 연기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여운을 남겼다. 새로운 언어와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결로 캐릭터를 구축하며 국경을 넘어선 감정의 진정성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