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예은이 백번의 추억으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연진이 역으로 주목받은 신예은은 한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 앤피오 제공 작품을 거듭할수록 연기가 깊어지고, 캐릭터를 통해 내면의 결을 단단히 다져가고 있다. 배우 신예은은 지난 19일 종영한 드라마 백번의 추억(JTBC)을 통해 또 한 번 자신만의 결을 선보였다. 매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얼굴로 관객을 마주해오더니 이번에도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꿰어내며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
신예은은 22일 “이 드라마는 특히 빨리 끝난 느낌이다. 안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 많았고, 촬영하는 1년 동안 종희로 산 시간이 참 따뜻했다”고 애틋한 소감을 전했다.
백번의 추억은 1980년대 100번 버스 안내양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청춘 멜로 드라마로, 신예은은 극중 청아운수 버스안내양 출신 서종희 역을 맡았다. 같은 버스 안내양인 고영례로 등장하는 김다미와 찐친 케미로 풋풋함을 자아내는가 하면, 한재필(허남준)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질투와 긴장감을 선사해 몰입감을 높였다.
신예은은 편안한 분위기의 현장 덕분에 어떤 장면이든 감정 연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그 중심에는 상대 배우인 김다미가 있었다. 신예은은 “다미 언니가 신예은인 나를, 또 서종희로서의 나를 바라볼 때 많은 생각을 갖고 대하는 게 아니라 무의 상태로 바라봤기에 더 편했던 것 같다. 온전히 나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어 마음을 열고 더 많은 표현을 할 수 있었다”며 “언니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정말 서종희가 된 느낌을 받았다. 감정을 표현할 때 자신이 없다가도 영례인 언니 얼굴을 보면 종희의 감정이 느껴지고 공감하게 됐다. 따로 밥을 먹거나 연락을 특별히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서로 아는 끈끈함, 텐션이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 신예은. 앤피오 제공 극 중 서종희의 삶은 순탄치 않다. 폭력 오빠한테 시달리고, 영례를 돕기 위해 청아운수 노무과장(박지환)에게 상해를 입힌 뒤 도망자 신세가 됐다. 7년 후 재벌가의 수양딸이 돼 나타났지만, 양어머니 미숙(서재희)의 집착에 부담을 느끼며 산다. 과거의 사람들과 연을 끊으라는 조건 때문에 외로움이 더욱 커져가고, 때문에 다시 만난 재필과 사랑을 꿈꿀 때 응원하는 시청자가 많았다. 신예은은 “대사를 뱉기만 해도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안 좋을만큼 캐릭터에 이입했다”며 “때문에 종희의 삶을 함께 공감해주고 아파해주는 것에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각자만의 생각과 마음으로 드라마를 잘 봐주고 계시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랑과 우정,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쉽지 않은 이 질문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든다. 신예은은 “예전에는 망설임 없이 사랑이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우정이 중요치 않았다는 건 아니다”라며 “백번의 추억을 찍으면서 생각이 변했다. 다미 언니가 주는 그 따뜻한 눈빛에서 우정에 대한 사랑을 많이 느꼈다. 지금은 사랑과 우정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배우 신예은. 앤피오 제공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아역 연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신예은은 한 캐릭터에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자신만의 서사를 채워가고 있다.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정년이(JTBC)에서는 노력형 소리꾼 허영서에 완벽하게 녹아 들어 호평을 얻었고, 최근 디즈니+ 시리즈 탁류에서는 조선 최대 상단의 막내딸 최은으로 분해 시대의 굴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여성의 강인함을 표현해 주목받았다. 그는 “나올 수 있는 표정이나 감정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저의 모든 게 연진이로 보인다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겠지만, 연진이로부터 얻은 용기로 앞으로 다른 것도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며 “시청자가 좋아해주는 부분이 무엇인지 더 분석하고 알아내서 그 느낌의 연기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