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7 주택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규제 강화로 단기 투기수요를 억누르면서도 실질적인 공급 확대나 세제 보완책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뢰'에 기댄 대책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지역규제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를 병행해 투기수요를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급정책은 장기 계획에 머물렀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5년 후, 2년 후, 1년 후에 들어온다는 신뢰를 주면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효과가 실제 입주 시점보다 예정된 일정에 대한 신뢰감에 달려 있다는 취지다. 규제는 단기적으로 거래를 억누를 수 있지만, 공급 효과는 결국 이 '미래의 신뢰'에 의존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착공·입주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뢰로만 시장 안정이 가능하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를 통해 거래를 억제하면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다만 인위적으로 시장을 눌러 놓는다면 ''그럼 언제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고, 25개 자치구 전체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수도권 전역에 '초강도 규제 3종 세트'가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강화와 실거주 의무가 맞물려 전세매물이 급감하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월세 등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와 전세물건 감소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며 "전세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가 상승 압력이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도 "당분간 전세매물이 급감하면서 전세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전세 위주 시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란행위 끝까지 추적"…국토부·국세청·경찰·금융위 총동원

이처럼 규제가 실수요자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이 커지자 정부는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내세워 불법 거래 단속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토부를 중심으로 국세청·금융위원회·경찰청이 참여하는 범부처 공조 체계를 가동해 불법 행위를 연말까지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날 발표한 대책의 선행 조치로 지난 1일 국세청과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정보공유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국토부가 수집한 자금조달계획서와 예금·대출 증빙 등 자료를 국세청이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분리돼 있던 거래 정보와 과세 정보가 처음으로 연계된 셈이다. 국토부는 부동산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신설해 직접 수사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부동산거래신고법, 공인중개사법, 주택법(부정청약·불법전매) 등 위반 행위를 중심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관련 법률 개정도 병행 중이다.
국세청은 한강변 초고가주택(30억원 이상)을 전수 검증하고, 외국인·연소자 등 자금출처 불분명 거래를 강화된 기준으로 점검한다. 단순 매매뿐 아니라 증여를 이용한 변칙 탈세도 단속 대상이다. 국세청은 다음 달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를 신설하고, 7개 지방청에 정보수집반을 운영해 과열 지역의 탈세 정보를 실시간 수집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사업자대출이 부동산 매입자금 등으로 전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부터 15개 금융회사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며 대출 규제 우회 사례를 중점 점검하고 있다. 경찰청도 이달부터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을 본격 추진한다.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이 단장을 맡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국에서 841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 가격 띄우기·부정 청약·재건축 비리 등을 집중 단속한다.
정부는 이번 단속을 단기 조치로 끝내지 않고 내년까지 상시 감독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11월에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부동산 감독 추진단'을 운영하고, 내년에는 국무조정실 산하에 '부동산 불법행위 감독기구'를 신설한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가격 띄우기' 기획조사를 마무리하고, 국세청과의 자금조달계획서 정보 공유를 제도화할 계획이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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