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은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 대해 미국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에선 대미 투자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졌고,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조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500억달러를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전부 직접투자로 할 경우 당장 우리의 외환 문제도 발생하고 경제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점을 다 설명했고, 미국 측에서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왔다. 지금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우리 측이 지난달 금융 패키지 관련 수정안을 제시했고, 일정 부분 미국 측의 반응이 있었다”고 전하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당초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는 3500억달러는 직접투자뿐 아니라 대출, 대출 보증까지 포함된 패키지였는데, 미국이 전액 직접투자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우리 정부는 3500억달러 직접투자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번 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그때까지 계속해서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에이펙 정상회의는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29일부터 1박2일간 방한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세협상을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은 “합의문조차 필요 없는 잘된 협상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엉터리 통상 외교로 고율 관세를 고스란히 떠안은 채 우리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한국이 지금 잘하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라며 “과도한 비평과 평가 절하는 오히려 협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나 경제부총리가 협상하는 과정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과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익 우선, 실용에 입각한 타결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 투자를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우리 외환 사정에 대해 지난번에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을 충분히 설득했다”며 “베선트 장관에게서 우리 외환시장 상황을 이해하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겠다는 답변은 받았다”고 덧붙였다.
세종=권구성 기자, 정지혜·박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