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의 인생 후반전] 행정가로 돌아온 '라이언킹'... 이동국 "용인FC의 시작에 모든 걸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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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인생 후반전] 행정가로 돌아온 '라이언킹'... 이동국 "용인FC의 시작에 모든 걸 쏟겠다"
5년 만의 신생팀 복귀
감독·선수선발부터 구단 운영
유소년 육성 시스템 구축 역할
현장에선 원포인트 레슨 구상
첫해 목표는 중상위권 도약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떨친 이동국이 신생팀 용인FC의 테크니컬 디렉터로 돌아왔다. 이동국이 용인FC의 홈인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용인FC 시작에 모든 걸 쏟겠습니다. ”

1998년 프로축구 K리그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빼어난 실력에 훈훈한 외모를 갖춘 18살 소년은 어디서나 오빠 무대를 몰고 다녔다. 고종수, 안정환과 K리그의 르네상스를 주도하며 K리그의 뜨거운 봄을 알렸다. 그 소년이 그라운드 사이를 질주할 때마다 긴 머리카락이 사자 갈기처럼 펼쳐졌다. 그렇게 탄생한 ‘라이언킹’은 한평생 그를 상징하는 별명이 됐다.

그가 흘린 땀방울은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다. K리그 유일의 신인왕과 득점왕, 도움왕 석권, K리그 최초의 70(골)-70(도움) 클럽 가입, 유일한 K리그 통산 200골 돌파, 득점 1위(228골)까지 모두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K리그 최우수선수(MVP) 최다 4회에 이름을 새겼고 전북 현대의 통산 8회 우승을 이끌며 명가 건설 중심에 섰다. 2020년 은퇴 후에도 명성은 식지 않았다. 2023년 K리그 명예의 전당 선수 부문 초대 헌액자로 선정됐다.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이동국 용인FC(가칭) 테크니컬 디렉터의 얘기다.

지난 6월 축구 현장을 떠난 지 5년 만에 깜짝 복귀했다. 2026시즌부터 K리그2에 참가하는 용인FC의 테크니컬 디렉터로 출발했다. “구단의 창단 과정부터 선수 선발, 운영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동국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제 막 3개월이 지났다. 아직 팀을 구성하는 단계지만 첫 시즌을 향한 기대로 힘찬 바람이 분다. 이 디렉터는 “팀이 창단되고 향후 5년, 10년을 위해서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창단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 디렉터를 직접 만났다.

용인FC 테크니컬 디렉터 이동국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현장과 행정의 중간다리

구단 창단은 밥상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는 것과 같다. 선수단 운영을 위한 모든 것을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쉽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행정력만 필요한 게 아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주인공, 선수를 판단하고 평가할 눈썰미도 있어야 한다. 용인FC의 레이더망에 이동국이 잡혔다. 그라운드에서는 레전드 선수였고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대박드림스 대표 등 축구 행정과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하다.

이 디렉터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감독과 선수 선발부터 구단의 총괄적인 운영 업무를 맡았다”며 “단장과 감독, 스카우트 등과의 중간 조율은 물론이고 구단 재정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유소년을 발굴하고 잘 키워서 구단이 잘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정적인 승낙 이유는 창단이다. “가장 매력적인 건 프로팀 창단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과연 몇 명이나 이런 일을 겪어볼 수 있을까”라고 미소 지었다.

어깨가 무겁다. 구단의 다양한 운영을 총괄하는 테크니컬 디렉터는 축구 선진국인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다만 2026년부터는 K리그 모든 구단이 테크니컬 디렉터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라이선싱 규정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게임 모델과 축구 철학을 구현할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디렉터의 행보에 더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용인FC 테크니컬 디렉터 이동국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현역 시절의 이동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는 “기존 팀들은 테크니컬 디렉터의 역할 비중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선수단이 완성돼 있고 유소년 시스템이 완벽하게 준비돼 있기 때문”이라며 “용인FC는 감독 선발을 시작으로 모든 부분에서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내 역할이 더욱 막중하다”고 힘줘 말했다.

최윤겸 용인FC 초대 감독 선임에도 적극적인 의견을 냈다. 그라운드를 같이 뛴 세대는 아니지만 신생팀을 맡았던 경험, 그리고 인품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 디렉터는 “신생팀에서 지도를 한 경력이 있었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년 동안 지도자를 하신 분이 신생팀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인품이 너무 좋다. 선수들도 감독님을 보면 무조건 잘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독님하고 소통하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늘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용인FC의 컬러는 공격 축구

현역 시절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만큼 이 디렉터가 구상하는 용인FC의 팀 컬러는 공격 축구다. 특히 홈팬에게 많은 득점을 선물하는 게 목표다.

이 디렉터는 “감독님께 홈에서만큼은 공격적인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경기 내용이 재밌어야 한다. 그래야 팬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관심을 더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경기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선수단 구성과 전술이다. 현재 이 디렉터를 포함해 최 감독이 가장 전념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디렉터는 인터뷰 직전까지 최 감독과 회의를 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 모든 선수를 새롭게 영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디렉터는 “우리가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들은 다른 팀들에서도 지켜보고 있다”며 “다른 팀들은 보강이지만 우리는 전부 새로 영입해야 한다. 그 점에서 어느 정도는 기존 팀에 비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감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많은 선수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디렉터는 “새로 창단되는 구단이기 때문에 선수들도 더 흥미를 가지고 있다. 최 감독님과 제가 있다는 소식에 선수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고 웃었다.

물론 쉬운 길만 펼쳐지는 건 아니다. 신생팀이 창단 첫해 많은 ‘선배 팀’을 꺾고 돌풍을 일으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디렉터 역시 인정하고 있다. 차근차근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일단 첫해 목표는 중상위권이다. 조금씩 성장을 거듭해 창단 4~5년 차를 맞이했을 때 K리그1 승격에 도전한다는 청사진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이 디렉터는 “아무래도 선수 보강이 아니라 처음부터 모두 영입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첫해 K리그2 우승을 목표로 두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1, 2년 차 때 쉽지만 않을 거다. 하지만 꼴찌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중상위권을 목표로 두면서 계속해서 호흡을 맞추다 보면 4~5년 차 때 경쟁력 있는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선수들에게 득점 비법을 아낌없이 전수할 예정이다. 훈련장을 찾아 원포인트 레슨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디렉터는 “테크니컬 디렉터가 감독, 코칭스태프와의 상의 아래 선수 지도를 해도 된다고 하더라. 그라운드에 많이 보이면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최 감독님도 농담 삼아 제게 ‘몸 만들어야겠어’라고 얘기하신다. 감독님께서도 원포인트 레슨에 ‘너무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미소 지었다.

용인FC 테크니컬 디렉터 이동국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이 디렉터는 선수 은퇴 후 누구 못지않게 바쁜 삶을 살아왔다. 축구 해설위원, 축구 예능프로그램 출연, 자서전 출간 등으로 인생의 후반전을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여기에 팀 창단이라는 중요한 새로운 과제까지 받아들였다. 쉬운 선택은 아닐 터. 하지만 그의 얼굴은 늘 싱글벙글이다. 이 디렉터는 “제가 제일 잘하는 건 축구였다. 축구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은 다 해봤다”며 “지금도 하루하루가 너무 새롭다. 몰랐던 부분을 채워가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추석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올여름 무더위가 길어져서 걱정이 컸는데 선선한 바람과 함께 추석이 다가오니 마음도 한결 풍성해진다”며 “풍요롭고 따뜻한 한가위 보내시고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명절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용인FC에 대해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좋은 모습으로 보답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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