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신통기획 2.0'을 통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나섰는데 시장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줄여 사업 기간을 1년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조합에서는 치솟는 공사비로 인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어, 인허가 절차 간소화만으로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합원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해법 마련이 신통기획 2.0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이 지난달 29일 직접 발표한 민간 주도 주택공급 대책인 신통기획 2.0의 핵심은 인허가 절차와 규제 완화로 축약할 수 있다. 기존 18년 6개월 걸리던 사업을 12년 내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통기획 1.0이 정비사업 전반부(구역 지정~조합 설립)를 2년으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2.0은 사업 후반부에서 1년을 더 줄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

오 시장의 발표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각 정비사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행정 절차를 줄이는 것만으로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으로 사업이 멈추거나, 입주 지연 우려가 커진 사업장이 즐비하다.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조합이 공사비 증액분(589억원)에 대한 타당성 검증에 나서면서 입주자예비협의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협의회는 전체 공사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사이, 시공사는 조합에 "내년 2월 사업비 차입 만기일 전까지 공사계약 변경 체결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준공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 단지는 이미 공사비가 세차례 인상된 바 있다.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메이플자이도 입주 4개월 전 조합과 시공사(GS건설) 간 소송에 휘말리며 진통을 겪었다.
공사비 갈등을 막기 위해 한국부동산원과 SH의 공사비 검증 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나, 갈등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검증 결과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친다. 공사비가 과도하다는 판단이 나오더라도 시공사가 증액을 고집하면 조합은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착공 이후에는 공사 중단 시 금융 부담이 크다. 조합이 울며 겨자 먹기로 시공사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행 도시정비법상 공사비 검증 결과를 공사 변경 계약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사실상 참고 수준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가 분쟁 해소 차원에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이 또한 강제력이 없다. 이 제도는 사업이 지체되거나 갈등을 겪는 현장에 전문가와 변호사로 구성된 집단을 파견하는 제도다. 파견된 코디네이터는 법률 상담과 사업 모니터링을 통해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중재를 끌어낸다. 이 제도를 통해 은평 대조1구역과 노량진6구역 등에서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중재안은 강제력이 없어 시공사가 거부할 수 있다.
전문가는 시 조례를 개정해 공사비 검증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공사비는 사적 자치 영역이라 강제하기 어렵다"면서도 "조례를 통해 검증 결과에서 일정 비율 이상 증액을 제한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검증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동등하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심리 과정 등 절차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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