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화려한 상영작 라인업에 놀랐어요. 인터넷에는 ‘올해가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지막이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어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박슬기(41) 씨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현장에서 환한 표정을 지었다. 20대부터 매년 영화제를 찾아온다는 그는 “갈수록 사람들 반응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며 “30주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정말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996년 첫선을 보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로 30회를 맞았다. 부산이 영상 중심의 도시로 거듭났다는 평을 얻을 정도로 BIFF는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성장했다. 상영작은 총 328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공식 초청작은 64개국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 늘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만 무려 90편으로 BIFF를 향한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는 경쟁부문을 신설하며 영화제의 정체성을 더 명확히했다. 아시아 각국의 주요 작품 14편이 초청됐다. 경쟁부문은 한 해 제작된 아시아 영화 가운데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을 모아 선보이는 섹션이다. 대상작은 영화제의 마지막 날인 26일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재정 구조 개선, 조직 운영 효율화, 프로그램 다양성 확대 등의 과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적·질적 성장의 동반 추진
최근 BIFF는 사전 예매와 현장 참여 모두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다. 제29회 BIFF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체 상영작 188편, 587회차 상영 중 무려 절반 가까운 286회차가 90% 이상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개막작 전,란을 시작으로 영화를 먼저 관람하려는 씨네필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부산=뉴시스] =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과 같은 산업 마켓 행사, AI 콘퍼런스 등 신설된 포맷도 주목받고 있다. 마켓 참가국과 부스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작품 교류와 글로벌 공동제작 논의도 작품 교류와 글로벌 공동제작 논의도 활발하다.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의 국비 예산이 전년보다 116억 원 줄어든 가운데에도 BIFF는 14만 5238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성과를 거두는 등 성과를 거뒀다.
◆지속 성장을 위한 과제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BIFF가 걸어갈 앞으로의 길에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2023년 제28회 영화제 예산이 평년 대비 약 10% 가량 줄어들면서 부대 행사나 체험 공간 등이 일부 축소됐다는 아쉬움이 시민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초청국가 수, 산업 마켓 부스 수 등의 지표는 확대됐지만, 예산 여건상 일부 프로그램의 규모 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화제 운영진의 변동과 내부 의견 조율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슈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3년 5월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이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되며 사임한 후 2년의 공백이 있었다. 2023년 10월 열린 영화제는 지도부가 공석인 상황에서 개최됐다. 지난해에도 집행위원장 없이 직무대행 체제로 진행됐다. 조직 운영의 일관성과 영화제 방향성 설정에 대한 내부 합의 도출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BIFF 30년…나아갈 방향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의 주요 영화제로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은 분명하다. 관객 수, 상영작 수, 국제 공동 프로젝트, 기술 융합 등 여러 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앞으로 영화제가 다음 세대를 향해 더욱 견고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영역에서의 발전이 필요하다. ▲재정 구조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 운영 기반 구축 ▲조직 리더십 체계 정비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제고 ▲예술 영화와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 강화 및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확대 ▲OTT와 공동제작 중심의 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한 영화제 역할 재정립 등이 그것이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의 허브로 성장해 왔다. 화려한 성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내실 있는 발전이다. 진정한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BIFF는 성과와 과제를 균형 있게 바라보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지난 30년의 찬란한 역사 위에서, 다음 30년을 향한 새로운 도약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