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현장]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서로의 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전작과 결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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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현장]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서로의 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전작과 결 달라”
(왼쪽부터) 배우 박희순, 이병헌, 박찬욱 감독, 배우 손예진, 염혜란, 이성민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신정원 기자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과 배우들이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22일 서울 용산 CGV에서는 어쩔수가없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박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했다.

◆헤어질 결심과 또 다른 결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 전쟁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 감독은 영화에 대해 "각자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닌 서로 의존하고, 서로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며 "원작의 특징을 더 강조했다. 특히 만수를 중심으로 부인 비중이 늘었다. 부인 미리(손예진)의 존재 없이는 그러한 행동의 이유가 설명되지 않을 만큼 많이 의지하고 있다. 그의 타깃이 되는 남자 세 명의 남자 선출(박희순), 범모(이성민), 시조(차승원)도 만수와 표면적으로 직업을 구하고, 같은 직업에 종사했다는 뭔가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영화의 소재인 '해고', '실업'에 대해 박 감독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일이 곧 자기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성실하고 좋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실직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경제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정체성이 부인당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남 얘기 같지 않은 게, 우리도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에 무슨 일이 생겨서 작품이 안 들어오거나 투자가 안되고 그럴 수 있다"며 "또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남자의 경우엔 남성성을 부정당하는, 사내구실을 못하는 것 같은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여러모로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배우 염혜란, 이성민, 박희순, 손예진, 이병헌, 박찬욱 감독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신정원 기자 전작 헤어질 결심(2022)이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기에 부담이 없지 않았을 터. 박 감독은 전작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작과의 비교는 스스로도 한다. 관객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생각한다. 그런데 저는 '전작과 어떻게 다른, 상반된 영화를 만들까'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는 편"이라며 "헤어질 결심이 시적인 면이 강하다면 이번 영화는 산문의 느낌이 강하다. 여백이 많았던 전작과 달리 어쩔수가없다는 꽉 찬 영화다. 또 헤어질 결심이 여성미가 강했다면, 이번엔 남성성에 대한 탐구가 담겨있다. 여러 면에서 상당히 다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과거 향수를 일으키는 조용필, 김창한 등 가수의 노래가 담기며 특별함을 더한다. 이러한 연출에 대해 박 감독은 "영화 박쥐, 헤어질 결심에서도 그렇고 어려서 좋아했던 한국 대중음악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젊은이들이 6070년대를 풍미한 비틀즈나 롤링스톤즈 해외 가수는 잘 아는데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우리나라 싱어송라이터, 가수, 작곡가는 잘 모르더라"라며 "조용필 씨의 경우 고등학교 때부터 우상이었다. 언젠가 그분 노래를 영화에 사용하고 싶었고, 좋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이병헌, 이성민, 염혜란이 대면하는 장면에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사용됐다. 박 감독은 "(해당 곡을) 영화에 어울리는 장면에 원없이 크게 전곡을 들려주고 싶었다. 명곡이 많아 고민했지만, 고추잠자리가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주면서 어떤 순간에는 교묘하게 잘 어울리더라. 배우의 행동에 어떤 가사가 맞느냐를 두고 정말 많이 몇 프레임 단위로 늘렸다가 줄였다가 하면서 편집을 했고, 최상의 위치를 찾았다"고 비화를 전했다.
(왼쪽부터) 배우 박희순, 이병헌, 손예진, 염혜란, 이성민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신정원 기자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모두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담았다. 박 감독을 만나면서 자신을 내려놓았다.

이병헌은 박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 "25년 전에 공동경비구역 JSA, 21년 전 쓰리, 몬스터로 감독님을 경험했다. 그 사이에 관계도 유지해왔고. 그래서 걱정이라던가,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많이 없었다"면서도 "그렇게 많은 대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저 장면에서 나한테 그런 요구를 했구나'라는 걸 나중에 깨닫는 부분이 있어서 놀랐다. 지금 영화를 3, 4번 봤는데 여전히 '그래서 이런 요구를 하셨나'라는 질문들이 생겨 놀랍다"고 털어놨다.

손예진은 "감독님이 배우들 연기를 바라보는 것, 영화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날카롭고 넓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대단함을 더 느꼈다"며 "박찬욱 감독님이 '이건 팥인데, 콩으로 연기해'라고 하셔도 그대로 따를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희순은 "오랜 팬이고,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다. 발가벗겨질 준비를 했다고 할까. 감독님의 디렉션이나 말씀을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고, 어떻게 해낼까에 대해서만 생각했다"고 뿌듯해했다.

이성민은 "쉽게 말하면 동네에서 주먹 좀 쓰고 다녔는데, 진짜 프로 격투기 선수를 만난 느낌이었다"고, 염혜란은 "장면 하나하나 예리해서 배우 자체를 긴장시킨다. 배우의 감각적인 부분을 더 예리하게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이병헌. 신정원 기자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 등 해외에서 각광받는 영화제에 참석하며 글로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5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개봉작 상영 이후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예측 불가한 전개, 깨를 뿌린 듯 중간중간 등장하는 박 감독만의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주목받으며 열띤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들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작품에 출연한 뿌듯함을 느꼈다.

이병헌은 "지금까지 본 반응 중 가장 뜨거웠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과거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며 레드카펫도 밟아봤고, 이후 한류가 알려지면서 인기도 생겼는데,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감독님이야 워낙 영화제에서 주목하는 감독님이지만, 배우들까지 환호해 주고 각자의 팬이 (해외에도) 계시더라"라고 말했다.

해외 영화제를 처음 경험한 손예진은 "팬들이 감독님께 사인을 엄청 받더라. 팸플릿까지 들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는 걸 보면서 자랑스러웠다. 감독님과 또 선배들과 함께 하면서 기분 좋은 설렘이었다"고 뿌듯함을 밝혔다.

박희순은 "한국말로 연기하고 우리만의 정서를 갖고 있는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다. 웃음이 유발되는 장면에서는 크게 반응해 주니 좋았다. 토론토에서는 더 큰 반응이 있었다고 해 뿌듯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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