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日서 1000만 관객 돌파 상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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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日서 1000만 관객 돌파 상상 못해”
이상일 감독, 부국제 참석차 방한 “사회 변두리의 인물들에 늘 관심”
“아웃사이더, 사회 변두리의 인물들에게 늘 눈이 가고 그들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배경엔 (재일교포라는) 저의 정체성이 작용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이상일 감독이 2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국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영화 ‘국보’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재일교포 3세 이상일(51·사진) 감독은 2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국보’는 야쿠자 집안 출신 ‘기쿠오’가 가부키 배우로 정점에 오르기까지의 50년 세월을 그린 작품. 가문 세습 전통이 강한 가부키 세계에서, 명문가 피를 잇지 못한 그는 타고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평생 벽에 부딪힌다.

이 감독은 17세기 유래한 일본 전통 예술 가부키를 영화로 담아낸 대담한 시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는 올 6월 일본에서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 일본 실사 영화 흥행 순위 2위에 등극했다.

이 감독은 흥행 배경을 묻는 질문에 “천만 관객의 이유는 잘 모르겠고, 상상도 못 했다”며 “흥행 이유는 (취재진) 여러분께 분석을 부탁드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 중 대다수도 가부키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볼 기회는 흔치 않다”며 “가부키는 영화관이 아니라 극장에서 보는 예술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러닝타임이 3시간에 가까워 흥행을 기대하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도의 예술을 추구하는 인물만이 보여주는 풍경이 있고, 모두가 걸을 수 있는 인생은 아니지만 그런 삶을 보면서 우리는 감동하게 된다”며 “이 영화를 통해 가부키를 새롭게 발견한 관객이 많은 것 같다. 배우들도 연기 인생을 걸고 도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중국 경극을 다룬 첸 카이거 감독의 영화 ‘패왕별희’(1993)의 영향을 받아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창 시절 ‘패왕별희’를 인상 깊게 봤고, 20여년간 영화 작업을 해 오면서 당시의 충격이 내내 남아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훌라걸스’(2006), ‘악인’(2010)으로 일본 아카데미상 작품상·감독상을 받은 이 감독은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작가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보’는 연내 국내 개봉 예정이다.

부산=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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