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행과 나날’ 속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여행과 나날’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일본의 젊은 거장 미야케 쇼 감독은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연 배우 심은경의 첫인상을 이렇게 회상했다. 미야케 감독은 2022년 연출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으로 같은 해 BIFF에 참석했다. 이 영화 관객과의 대화(GV) 행사에서 심은경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는 “영화 속 이미지와는 또 다른, 배우 개인이 가진 여러 매력을 느꼈다”며 “이 배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행과 나날’ 시나리오 작업 중 심은경이 각본가 ‘이(李)’ 역을 맡는다면 힘 있고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출연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심은경 역시 BIFF에서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3년 전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굉장히 좋게 봐서 어떻게든 이 좋은 영화의 감상을 더 많은 한국 관객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먼저 대담 참석을 제안했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뿌듯하고 기뻤는데, 이렇게 빨리 감독님과 작업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덧붙였다.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여행과 나날’ 기자회견에서 배우 심은경(왼쪽부터), 감독 미야케 쇼, 배우 타카다 만사쿠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미야케 감독이 촬영 시작 전 출연자와 제작진 전원에게 편지를 전달한 일화를 전했다. 편지에는 “영화는 결코 나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같이 만드는 작업이다. 각자 역할에 충실해 주기를 바라고,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니 아프면 아프다고 꼭 말해달라. 서로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한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심은경은 “배우와 스태프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힘을 미야케 감독에게서 느꼈다”며 “함께 작업한 뒤, 그는 내가 정말 존경하는 인물이 됐다”고 말했다.
‘여행과 나날’에서 ‘나츠오’ 역을 맡은 배우 타카다 만사쿠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야케 감독은 현장을 즐기는 분”이라며 “시행착오까지 즐기며 스태프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간 기억”이라고 돌아봤다.
12월 국내 개봉을 앞둔 ‘여행과 나날’은 각본가 ‘이’(심은경)가 설경이 펼쳐진 여행지에서 숙소 주인 ‘벤조’(츠츠미 신이치)를 만나 교감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올해 로카르노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인 황금표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작품은 일본 만화가 츠게 요시히루의 작품 ‘해변의 서경’과 ‘혼야라도의 벤상’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에서는 일본인 남성으로 등장하는 ‘이’ 역할을 심은경이 맡아 주목받았다.
부산=이규희 기자 l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