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시가총액 1위 그룹이 아닌 2위 그룹인 브로드컴과 오라클이 S&P500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인공지능(AI) 산업 안에서 상승하는 종목이 확산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부각됐다. 15일 하나증권은 '기업 투자가 주가를 깨운다' 보고서에서 브로드컴과 오라클처럼 자본지출(CAPEX) 증가율이 높은 기업이 주가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CAPEX는 공장을 짓고, 기계를 사들이는 것으로 쉽게 설비투자로 해석할 수 있다.
브로드컴·오라클 주가 상승 이유는
브로드컴의 내년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각각 34%와 66%로 엔비디아 대비 다소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오라클의 전망치는 21%와 42%로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보다 높다. 특히 오라클의 경우 CAPEX가 급증했다. 매출액 대비 CAPEX 비율은 46%로 마이크로소프트(23%), 알파벳(18%), 메타(30%)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스트래지스트는 "과잉투자라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지만 ▲시중금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확대를 통해 ▲향후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오라클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S&P500에서 CAPEX 성장을 주도하는 업종에서 CAPEX 증가율이 높은 기업들의 경우 내년 매출 증가율 전망치와 2025년 주가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CAPEX와 ROIC가 핵심
하나증권에 따르면 미국 증시는 투자 주도가 매출 성장을 이끌고,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 스트래지스트는 "2025~2026년 CAPEX와 매출 증가율 전망치가 높은 기업들의 경우 투하자본수익률(ROIC)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연관성이 높고, 투자 비용인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은 2년물 국채금리와 연관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며 "투자 수익성, 즉 ROIC와 WACC간의 스프레드가 높은 기업에 대한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ROIC는 기업이 영업을 위해 투자한 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세후 영업이익을 내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WACC는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는 데 드는 전체 비용의 평균을 가중평균으로 나타낸 수치다.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할 때 WACC는 분모에 해당하므로 WACC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가치는 올라간다.
하나증권의 분석에 따라 올해와 내년 예상 CAPEX 증가율이 10% 이상이면서 매출 증가율이 8% 이상이고, 올해 3·4분기 ROIC와 WACC 차이가 10%포인트 이상인 기업은 엔비디아, 알파벳, 메타, 아리스타네트웍스, 어도비, 아이덱스 등이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