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연초부터 이어진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대응해 외화 상품 판매 관리에 나선 것은 고환율 국면에서의 금융시장 불안과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달러 보험과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사 경영진을 소집해 과도한 마케팅 자제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환율 안정과 소비자 보호라는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수단까지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신뢰는 개입의 강도가 아니라, 그 정교함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환율 불안의 원인을 개인의 외화 상품 수요로까지 확장하는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 최근 달러 보험과 예금 잔액이 빠르게 늘고, 환차익을 기대한 자금이 유입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은 글로벌 금리 환경, 대외 수지, 외국인 자금 흐름 등 거시 변수의 영향이 압도적인 구조다. 개인 투자 수요를 환율 불안의 핵심 요인처럼 다루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으며, 정책 책임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인상을 줄 위험도 있다.
소비자 보호 역시 ‘판매 위축’이 아니라 ‘판매의 질’ 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당국이 우려하는 환율 고점 가입 문제는 사후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규제의 초점은 특정 시점의 가입 자체를 억제하는 데 있지 않고, 환율 변동 위험과 상품 구조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소비자의 재무 상황과 목적에 부합했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형식적으로 점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제 판매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보다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외화 보험과 예금 상품에 대해 환율 변동 시 손익 구조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시각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고, 고환율 구간에서의 가입 시에는 추가적인 위험 확인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는 판매를 막는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판단 능력을 강화하는 장치다.
금융사의 마케팅 관리 역시 일률적 자제가 아닌 기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환차익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투자 성격을 오인하게 만드는 표현은 분명 제한해야 한다. 동시에 외화 상품이 지닌 환율 변동 활용 기능까지 지나치게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를 구분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마케팅을 옥죄는 방식은 시장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
환율 안정은 단기적 행정 지도로 달성되지 않는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책의 방향과 원칙을 예측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신뢰가 형성된다. 금융당국은 경영진 소집과 같은 직접 개입에 앞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일관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금융사 역시 단기 판매 실적보다 내부 통제와 설명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로 답해야 한다.
고환율 국면일수록 필요한 것은 강한 손이 아니라 정교한 원칙이다. 관치 논란을 부르는 개입이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가 함께 납득할 수 있는 규율이 환율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지키는 길이다.
16일 서울 명동 환전소에 외화 시세가 게시되어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에 다시 1,470원 위로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임규진 사장 minjaeho58@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