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준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설욕의 한판으로 맞춘 균형, 이제 마지막 한판만 남았다.
신민준 9단은 14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치리키 료 9단(일본)제30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에서 258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대국 초반부터 힘을 냈다. 하변 전투에서 주도권을 쥐며 본인의 힘으로 판을 이끌었다. 이후 좌중앙 전투에서 99%까지 치솟았던 AI그래프가 181수에서 한순간 30%까지 떨어지며 출렁였지만 정교한 수읽기로 우세를 되찾았다. 여유 있는 시간 활용을 통해 우세를 이어가는 수를 연달아 내려놨고, 끝내 이치리키를 물리치며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지난 12일 열린 1국에서 초반에 차곡차곡 쌓아올린 승기를 막판 뼈아픈 실착으로 놓치며 통한의 역전극을 당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물을 도출하며 결승 분위기를 확 바꿔냈다.
국후 신민준은 “전반적으로 형세가 계속 좋았는데, 쉬운 실수를 몇 차례 하면서 만만치 않아졌다. 거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승리를 확신했다”라며 “첫날 대국은 지면 안 됐던 바둑이었는데 아직 1국이라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바둑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최종국은 모든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최종국에 대한 임전 각오를 전했다.
이로써 두 기사의 결승은 1승1패 동률이 됐다. 신민준은 오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속행되는 3국에서 승리하면 2021년 제25회 LG배 이후 자신의 대회 2번째 우승을 장식할 수 있다. 당시에도 중국 최고 기사 커제 9단을 만나 ‘패승승’으로 웃었던 신민준은 올해 다시 한번 대역전극 시나리오를 꿈꾼다.
신민준 9단(왼쪽)과 이치리키 료 9단(오른쪽)이 제30회 LG배 결승전에 임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아울러 이치리키를 상대로 첫 승을 신고했다는 점도 반갑다. 2020년 삼성화재배 본선 16강전에서 졌고, 6년을 건너 만났던 지난 1국에서 패해 2전 전패를 기록하던 와중이었다. 상성을 뚫고 값진 1승을 챙겼다.
이치리키도 물러설 수 없다. LG배 최초의 일본 기사 우승이라는 업적이 걸린 판이다. 1998년 2회 대회 결승에서 한일전이 한 차례 펼쳐진 바 있지만, 그때 한국의 유창혁 9단과 맞붙은 왕리청 9단은 일본기원에 소속된 대만 국적 기사였다. 이치리키는 일본 바둑계의 숙원을 어깨에 지고 오는 3국에 임하게 된다.
한편, 이번 대회로 30돌을 맞은 LG배는 우승자에게 3억원의 우승상금을 수여한다.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시간제는 각자 3시간, 40초 초읽기 5회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