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 폭증 주범으로 지목됐던 정책대출이 금융당국 압박에 주춤하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그럼에도 주거 안정이란 명분 아래 문턱을 낮췄던 신생아 특례 등 정책대출 제도 변화 없이는 가계대출 폭증 불안이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여전히 4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 증가 폭 역시 그 규모를 고려하면 부채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졌다고 보긴 힘들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37조6000억원으로 전년(41조6000억원) 대비 증가세가 소폭 완화됐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건 그간 가계대출 폭증의 주된 원인이었던 정책대출 공급량이 줄어든 결과다. 정책대출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디딤돌(매매)·버팀목(전세) 대출은 지난해 기금 재원이 전년 대비 7조7000억원 줄었다. 기금 재원이 전년 대비 줄어든 건 5년래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는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디딤돌·버팀목 대출 공급량을 계속 늘려왔다. 매년 증액된 자금은 2021년 3조2000억원에 이어 △2022년 2조5000억원 △2023년 4조원 △2024년 2000억원 등으로 지난 4년간만 총 10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중 정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주범이었다. 그런데 당국이 공급 속도를 조절하자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 역시 잡힌 것이다.
실제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취급한 정책대출 실행액은 매 분기 감소했다. 1분기 11조4661억원 늘었던 정책대출 잔액은 2분기 7조7069억원 신규 실행되며 증가 폭이 약 33% 감소했다. 또 3분기와 4분기엔 각각 4조원대 증가 폭을 기록해 1분기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정책대출 증가율 역시 30.5%로 2024년 39.1%보다 큰 폭 감소했다.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 완화에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안심하긴 이르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정부가 공급하는 저금리 정책대출의 진입장벽이 낮아 공급량만 늘리면 언제든 쉽게 증가세가 원복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저출생 대응을 위해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이 대표적이다. 상품 출시 이후 정부는 두 차례나 소득 기준을 완화했고 현재 부부 합산 기준 소득은 2억원까지 늘었다. 한때 정부는 2억5000만원까지 소득 기준 완화 계획을 발표했으나 가계부채 증가 등 비판에 이를 철회했다. 더불어 4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 증가 폭 역시 그 규모를 고려하면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긴 힘들다.
결국 정책대출의 무분별한 공급을 막아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대출을 내주는 게 주거 안정이 아니다”라며 “정책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하고 증가율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DSR은 개인 연 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가계대출 규제 수단의 일환이다.
아주경제=김수지 기자 sujiq@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