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는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한 전 대표의 윤리적·정치적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가족 연루 의혹을 둘러싼 해명과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징계 사유가 무엇이든 제명은 정당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조치다. 그만큼 무거운 결정이며 그에 따르는 정치적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이 결정이 과연 당의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지금 국민의힘이 직면한 위기는 특정 인물의 윤리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국정 혼란과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두고 집단적 성찰이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공백 위에서 개인을 향한 징계만 반복된다면 국민은 이를 반성이 아니라 내부 권력 투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정당의 윤리 규율은 필요하다. 그러나 윤리 징계가 당의 방향과 가치 재정립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분열뿐이다. 실제로 이번 결정 이후 친한계의 강한 반발과 법적 대응 예고는 당내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부 다툼이 이어지는 동안 민생과 정책 논의는 또다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보수 정당이 다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하나는 과거 국정 운영과 정치적 판단에 대한 집단적 반성이다. 다른 하나는 권력 관계가 아니라 원칙과 가치 중심으로 작동하는 당내 질서의 확립이다. 어느 한쪽만 선택하는 순간 혁신은 공허해진다.
국민의힘 어디로?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보다 넓은 성찰이다. 책임을 개인에게만 귀속시키는 방식으로는 정당의 위기를 넘을 수 없다. 위기 앞에서 스스로를 해체하듯 몰아붙이는 선택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기본과 원칙, 상식은 분명하다. 정당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내부 갈등이 외부에 대한 책임을 가리는 순간 정치는 자기 목적을 상실한다. 국민의힘은 제명이라는 결정을 혁신의 출발점으로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분열의 종착역으로 남길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반성 없는 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