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나와 일면식 없는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성폭행을 시도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은 범행 당시 강간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형량을 징역 13년으로 낮췄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김병식)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 8일 오후 3시 30분쯤 대전 중구의 한 상가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머리 부위를 찌른 뒤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휴가 중이었으며, B씨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직후 성폭행을 시도하다 현장을 빠져나왔고, 이후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B씨는 응급 수술을 받고 회복했지만 현재까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을 중하게 보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은 “젊은 여성을 따라 들어가 흉기로 여러 차례 상해를 가하고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강간과 살인의 고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강간을 목적으로 한 살인미수’로 보기보다는 ‘살인미수 이후 별도로 강간 범의가 생긴 사건’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살인미수를 저지르고 그 후 간음의 범의가 새롭게 생겨 강간 범행이 나아간 것으로 실체적 경합범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범행 과정에서 강간 의도를 뒷받침할 구체적 정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강간이 목적이었다면 흉기로 협박해 옷을 벗기려는 등 행위를 저질렀어야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전혀 없었다”며 “유형력 행사의 궁극적 목적이 강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행 현장에 들어갈 당시 또는 흉기를 휘두를 당시 강간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행 현장 진입 당시 혹은 늦어도 흉기를 휘두를 당시 강간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형 사유로는 피해자와의 합의도 언급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1억5000만원을 지급해 합의에 이른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