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계약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계약서 문구를 둘러싼 신경전이 중개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집을 사겠다는 의사와 계약서 서명만으로 거래가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계약 이후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말이 나온다. 계약서를 쓰고 나서야 본격적인 셈법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집주인의 계산, 계약 뒤에 시작됐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토지거래허가 제도가 있다. 허가 대상 지역에서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 관할 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계약 이후 허가까지 일정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시세가 움직이면서 처음 판단이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말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를 계약한 직장인 송모(45)씨는 계약서를 쓰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허가가 나기 전까지 기다리는 동안 인근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며칠 뒤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계약을 정리하고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송씨는 “허가만 나면 끝일 줄 알았던 계약이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중개 현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집값이 빠르게 움직이는 시기일수록 계약서를 쓴 뒤에도 매도인이 다시 계산기를 꺼내 드는 일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계약서를 써도 끝난 게 아니다”
중도금 지급 시점을 잔금 직전으로 미루는 계약도 늘었다. 중도금이 오가기 전까지는 선택지를 남겨두겠다는 의미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서를 쓰고 나서도 집주인이 시세부터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매수자 쪽 대응도 달라졌다. 일부는 계약금을 통상보다 높게 설정하자고 요구한다. 계약을 쉽게 되돌리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다. 다만 계약금 부담이 커지는 만큼 모두가 택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집값이 다시 오르면서 거래 과정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최근에는 계약금 송금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매도인이 계좌 제공을 미루는 식이다. 계약금이 입금되는 순간 법적 관계가 성립되는 만큼, 확정을 뒤로 미루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사는 “예전에는 계약서를 쓰는 순간 거래가 끝났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허가가 나기 전까지는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분명하다”고 전했다.
◆거래 관행도 함께 바뀌고 있다
거래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계약서 문구 하나를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진다. 지급 시점이나 허가 지연 시 책임을 어떻게 적느냐에 따라 이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개 현장에서는 이런 조항을 두고 계약서를 여러 차례 고쳐 쓰는 일도 잦아졌다.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뒤로는 계약서를 쓰는 순간보다, 그 이후 과정을 어떻게 넘길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중개업소에서는 요즘 들어 “언제 거래가 끝났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더 자주 들린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