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예언이라는 비판이 즉각 뒤따랐다. 로봇이 인간 외과의를 대체하기까지는 수년, 아니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반론도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뉴욕대의 아서 카플란 교수는 성형외과나 외상·화상 치료처럼 인간의 감각과 숙련이 중요한 분야는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며 머스크의 전망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이 발언이 단순한 허풍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최근 CES에서 확인된 ‘피지컬 AI’의 진보 때문이다. 로봇은 더 이상 연구실에 머무는 기술이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며, 실제 산업과 일상 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다. 의료 역시 예외가 아니다.
머스크의 논지는 단순하다. 훌륭한 외과 의사를 양성하는 데는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인간은 피로와 실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최고 수준의 수술 경험과 노하우가 데이터로 축적되고, 이를 로봇이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면 인간적인 오류를 최소화한 의료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가 현실화될 경우, 선진국뿐 아니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도 고난도 수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발언이 한국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 사회가 다시 의사 인력 부족 문제로 갈등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산하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 따르면 현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35년에는 최대 4923명, 2040년에는 최대 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근무일수 변화를 반영해도 중장기적인 부족 흐름은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수치를 두고 논쟁은 늘 같은 방향으로 흘러왔다. 의대 정원을 늘릴 것인가, 의료계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그러나 머스크의 도발이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인가라는 질문이다.
한국은 이 논의에서 결코 불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반도체부터 로봇 전 공정을 자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조 역량을 갖춘 나라다. 여기에 의료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암 치료, 간이식, 뇌혈관 수술은 물론 라식과 임플란트 같은 고난도 시술까지 외국 의료진이 한국에서 기술을 배우고 돌아간다.
스마일라식은 상징적인 사례다. 각막 손상을 최소화한 이 수술법은 의료진의 숙련도가 관건이어서 확산이 더뎠지만, 한국 의료진이 수술 설계법을 고도화하면서 회복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고, 현재는 전 세계 65개국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는 한국 의료가 단순히 비용 경쟁력이 아니라 기술 혁신 능력까지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 관광 시장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은 이미 수치로 드러난다. 글로벌 의료 관광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맹장 수술만 비교해도 미국에서는 약 1만4000달러가 드는 비용이 한국에서는 50만~90만원 수준이다. 체류비를 감안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 유치에서도 성형외과나 피부과보다 내과 통합 진료 비중이 가장 높다. 한국 의료가 특정 미용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종합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산업 측면의 변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온디바이스 기반 로봇 AI 칩을 공개하며 피지컬 AI의 상용화에 성큼 다가섰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이미 양산형에 가까운 완성도로 평가받으며 실제 현장 투입을 앞두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로봇과 AI가 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에 가깝다.
머스크의 예언이 3년 안에 현실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한국 의료 정책이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의료 인력 문제를 양적 확대만으로 해결하려는 사고의 한계다.
한국은 세계적 의료 기술과 제조·로봇 역량을 동시에 갖춘 드문 나라다. 의사 수 논쟁을 넘어, AI와 로봇, 의료를 결합한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머스크의 도발은 과장됐지만, 한국이 외면하기 어려운 미래의 방향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
ChatGPT 생성 아주경제=서혜승 AJP 편집국장 ellenshs@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