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렬 논설고문] 마두로의 추락: 알고리즘이 집행한 첫 번째 ‘디지털 사형’
2026년 1월 3일 새벽,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 특수부대에 의해 생포·압송된 사건은 세계 전쟁사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꿨다. 이는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었다.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이 물리적 공간의 독재자를 어떻게 데이터상에서 추적하고 실물로 포획하는지를 보여준 충격적인 시연회였다.
이 작전의 배후 기술로는 미국 기업 팔란티어(Palantir)의 AI 플랫폼 ‘고담(Gotham)’과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Starlink)’가 시장과 미디어에서 강하게 거론되었다. 마두로의 일거수일투족은 위성망과 지능형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추적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그가 사용하는 전력, 통신, 애완동물, 심지어 식단 메뉴 등 일상 패턴까지 데이터화되어 타격의 좌표가 되었을 수 있다는 추측이 이어졌다.
이것이 필자가 창안한 ‘천망전(天網戰)’의 실체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하나 촘촘해서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天網恢恢 疎而不失)"는 노자의 경구가 21세기 디지털 신(新)제국주의의 전술 교리로 부활했다.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 전쟁 철학의 기술적 현현
이 거대한 그물을 짠 설계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실리콘밸리의 철학자들, 팔란티어를 창업한 피터 틸(Peter Thiel)과 알렉스 카프(Alex Karp)다. 그들의 저서와 행보는 이번 마두로 생포 사건의 이데올로기적 배경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피터 틸은 그의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경쟁은 패배자들의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에게 전쟁이란 대등한 세력 간의 싸움이 아니라, 기술적 우위를 통한 ‘독점’의 집행이다. 그는 미군이 적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응조차 불가능한 차원의 기술로 전장을 지배(Monopoly)해야 한다고 믿었다.
팔란티어의 CEO 알렉스 카프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자신의 저서 《기술공화국(The Technological Republic)》과 강연을 통해 서구 가치 수호를 위한 강력한 기술력(하드 파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AI를 포함한 날카로운 기술 도구로 지켜져야 한다는 철학을 펼쳤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증명된 팔란티어의 ‘고담’ 시스템은 러시아 군의 이동을 실시간 온톨로지(데이터 관계망)로 분석해 정밀 타격의 근거를 제공했다. 이제 전쟁은 ‘점-선-면’의 물리적 점령을 넘어, 보이지 않는 ‘망(Network)’을 장악해 적의 의지를 마비시키는 형태로 진화했다.
일론 머스크와 스타링크: 제국의 신경망
천망전의 물리적 인프라는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담당한다. 수만 개의 저궤도 위성은 지구 전체를 하나의 지능형 통신망으로 묶었다. 머스크는 이 망을 통해 전 세계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필요에 따라 특정 지역의 통신을 차단하거나 복구하며 국가 이상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맡았던 머스크는 이제 미국의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그 자리에 AI 운영체제를 깔았다. 이는 국가 행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알고리즘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천망전의 ‘신경’이며, 팔란티어는 그 ‘뇌’로서 지구촌 구석구석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상징이 되었다.
미중 패권전쟁과 페트로 달러의 사수
베네수엘라 작전의 본질적 배경 중 하나는 석유자원확보 외에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를 견제하고 ‘페트로 달러(Petro-dollar)’ 체제를 지키려는 의도였다. 마두로는 중국과 손잡고 석유 결제 대금으로 위안화를 확대하며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와 그의 기술 동맹(틸-머스크-카프)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두로를 제거함으로써 "달러에 도전하는 자는 기술적 그물(천망)에 걸려 삭제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베이징에 던졌다. 다만 미국의 공식 명분은 2020년부터 이어진 마약·테러 혐의 사법 추적이다. 이는 미중 패권 전쟁이 무역 분쟁을 넘어, 누가 지구의 ‘OS(운영체제)’를 점유하느냐의 싸움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시진핑의 응전: 지능화 전쟁과 데이터 만리장성
중국 역시 손을 놓고 있지 않다. 시진핑은 미국의 천망에 맞서 이미 ‘지능화 전쟁(智能化战争)’을 선포했다. AI 중심의 지능화전쟁을 국가 전략으로 삼아 군사 전 영역을 지능화하고, 전역작전능력 확보를 통해 세계 일류 군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AI가 자국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데이터의 만리장성을 더 높이 쌓고, 독자적인 지능형 지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자기 암흑(Blackout) 전략으로 응수한다. 강력한 전자전 장비를 통해 미국의 위성망과 알고리즘을 먹통으로 만드는 ‘전장의 안개’를 인위적으로 생성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미국의 ‘투명한 그물’과 중·러의 ‘불투명한 장벽’이 격돌하는 지능형 냉전의 시대로 진입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기술 주권만이 살길이다
이 거대한 ‘기술 제국’들의 충돌 사이에서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머스크는 한국의 인구 절벽이 국가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 경고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인구가 사라진 자리를 미국의 AI와 로봇(옵티머스)으로 채우라는 기술적 포교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미국의 천망 속에서 단순한 ‘하드웨어 노드(Node)’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우리만의 독자적인 지능형 공간을 확보할 것인가? 한국의 반도체 역량은 그 자체로 ‘반도체 억제력(Semiconductor Deterrence)’이다. 우리의 HBM4와 차세대 반도체가 없다면 팔란티어의 뇌도, 스타링크의 신경도 멈춘다.
우리는 미국의 시스템과 연동하되, 독자적인 타격 권한과 데이터 주권을 가진 ‘소버린 AI(Sovereign AI)’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천망전의 시대에 한국이 취해야 할 ‘중도 제왕학’이다.
제왕은 스스로 그물을 짠다
천망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점과 선으로 나뉘었던 국경은 무의미해졌고, 이제는 누가 더 촘촘하고 정교한 ‘망’을 지배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피터 틸이 설계하고 머스크가 집행하며 트럼프가 선포한 이 새로운 질서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 그물을 짤 수 있는 지능형 주권을 확보해야 했다.
데이터를 가진 자가 천하를 얻고, 알고리즘을 지배하는 자가 제왕이 되는 시대. 한국은 이 천망의 그물코를 쥐는 기술 종주국으로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목격하고 기록하는 2026년 천망전의 실체이자 경고다
박종렬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철학과 ▷중앙대 정치학 박사 ▷동아방송·신동아 기자 ▷EBS 이사 ▷연합통신 이사 ▷언론중재위원 ▷가천대 신방과 명예교수 ▷현 가천대 CEO아카데미명예원장 ▷전략사상 연구가
아주경제=박종렬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