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만난 ‘비틀쥬스’ 기상천외한 스펙터클…이미 예상된 ‘배꼽 탈출주의보’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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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만난 ‘비틀쥬스’ 기상천외한 스펙터클…이미 예상된 ‘배꼽 탈출주의보’ [SS인터뷰]
뮤지컬 ‘비틀쥬스’가 올 시즌 각색 작가로 합류한 코미디언 이창호의 하이엔드 유머와 주조연 배우들과 앙상블의 차력쇼로 흥행 신기록 도전에 나섰다. 사진 | CJ ENM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비틀쥬스’가 4년 만에 컴백, 더 강렬한 웃음으로 흥행 신기록 앞에 섰다. 정성화·정원영·김준수 등 초특급 호화 캐스팅이 대표적 인기 비결이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인정받지 못하면, 아무리 ‘누가’ 출연하더라도 결과는 뻔하다. ‘비틀쥬스’는 지금까지 한국 무대에서 보지 못했던, 아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스펙터클 코미디로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만족시켰다.

‘비틀쥬스’는 단 1초의 적막을 허락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유쾌한 판타지 세상으로 만든다.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 위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배우들과 거대 퍼펫 등이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이 모든 순환을 완성하는 건 기상천외한 스토리만큼 배꼽 잡는 대사와 가사들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이라기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술술 흘러나오는 자극적인 ‘말’들이 관객들의 배꼽 탈출을 돕는다.

제작사 CJ ENM은 초연에서 아쉬웠던 악동 ‘비틀쥬스’의 순수한 매력과 작품 속 ‘진짜’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해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회사는 ‘쥐롤라’로 뮤지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코미디언 이창호를 작가(각색)를 초빙한 것. 그의 합류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한국 정서 사이의 완벽한 균형점을 찾아, 마침내 ‘한국적인 색깔’을 가진 ‘비틀쥬스’가 탄생했다.

심설인 한국 협력 연출과 이창호 작가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제작의 뒷이야기와 앞으로의 여정을 소개했다.

코미디언 이창호가 뮤지컬 ‘비틀쥬스’에 각색 작가로 합류해 웃음과 재미를 정조준했다. 사진 | CJ ENM
◇ 인간 세상 물정 모르는 “우리 ‘비틀쥬스’가 달라졌어요”
재연 준비에 앞서 제작진은 오리지널이 지향하는 외로운 ‘비틀쥬스’가 아닌 악랄함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심 연출은 “죽음과 삶의 중간에 있는, 훨씬 사회화가 덜 된 캐릭터다. 인간의 언어·행동을 습득하지 못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른다. 거친 언어와 상상할 수 없는 행동, 기괴함은 낯섦에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관계들과의 거리감이었다. 캐릭터 성향을 진지하게 파고들다가 탈이 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유머와 따뜻함을 엮어야 했기에, 이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했다. 이때 심 연출의 뇌리에 박힌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이창호였다. 그렇게 2024년 12월 ‘비틀쥬스’ 제작진과 이창호가 처음 만났다.

당시 상황을 떠올린 이창호는 “깜짝 카메라인 줄 알았다. 재차 몇 번 물어봤고, 철회될까 봐 백상아리가 피 흘리는 생선을 물듯 재빨리 물었다”라며 “첫 미팅 후 실감했다. 좋아하는 장르에 더 깊이 들어갈 것 같아서 재밌고 즐겁다”라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

쌍방 ‘윈-윈(Win-Win)’이었다. 제작진은 신선함을 얻는 동시에 ‘비틀쥬스’에서만 가능한 유머로 채웠다. 이창호는 “공간을 채우는 배우의 소리와 원활한 진행을 돕는 많은 스태프의 존재 덕분에 하이엔드 명품식의 무브먼트를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비틀쥬스’의 완벽한 무대를 위해 (왼쪽부터) 코미디언 이창호와 심설인 한국 협력 연출이 손잡았다. 사진 | CJ ENM
◇ 정성화·정원영·김준수 ‘3인 3색’ 매력 발산
심 연출과 이창호가 가장 진땀을 흘린 순간도 프리 공연 시기였다. 김수빈 작가까지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 공연 내내 손 붙잡고 기도했다고 한다. 이창호는 인터미션과 공연 후 관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화장실 앞을 서성이며 반응을 살폈다고 한다. 매일 관람평 확인은 일상이었다고.

뮤지컬과 코미디는 장르부터 다르다. 특히 배우 간 ‘약속’된 호흡 유무에서부터 거리감이 있다. 뮤지컬에 녹인 유머가 예상 밖의 관객 반응을 얻기에 가장 고심했던 부분도 이 지점이었다.

이창호는 “정치, 종교, 성(性)적인 부분까지 구애받지 않은 날것까지 가져가 익히고 염지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정제되지 않은 내용이 많아, 연출가님과 작가님이 ‘비틀쥬스’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줬고, 나는 코미디 요소를 더했다.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해보자”라며 두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융화 작업 후 지금의 작품에 심을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요즘 시대의 개그를 교집합 하는 작업이었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때론 직접 연기하며 부딪혔다. 그렇게 ▲정성화의 ‘클래식’ ▲정원영의 ‘도전적’ ▲김준수의 ‘귀여움’으로 표현하는 3가지 버전의 ‘비틀쥬스’를 완성했다.

뮤지컬 ‘비틀쥬스’가 오는 3월22일까지 마곡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사진 | CJ ENM
◇ ‘저승 피싱 주의보’ 통한 삶의 의미
재연이 벌써 한 달째 공연 중이다. 이창호는 공연과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배우들이 자기만의 캐릭터를 잘 살리는 베테랑들이기에, 좀 더 강한 무기를 장착했어야 했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은 오는 3월 중순까지 이어가기에 언제 어디에서 ‘핵폭탄급’ 퍼포먼스가 터질지 모르는 이유다.

작품이 성황리에 공연 중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심 연출과 이창호는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다림보다 현재 무대의 관전 포인트를 강조했다.

먼저 심 연출은 “넘버 제목이 ‘죽음에 관한 뭐 그런 거’인 것처럼 기본 캐릭터가 ‘악마’다. 그런데 ‘비틀쥬스’는 ‘존재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결국 사람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낸다. 그래서 괴롭히고 놀리고 놀라게 하는 걸 좋아하는 ‘악동’ 기질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1막 초반 ‘비틀쥬스’와 ‘리디아’가 서로 처한 아픔과 결핍을 노래하는 장면을 설명했다. 심 연출은 “‘리디아’와 ‘비틀쥬스’가 늦게 만나는 이유는 서로의 상황을 먼저 알리기 위함”이라며 “‘비틀쥬스’는 아담·바바라’를 만나 자기소개하고, 사춘기 소년 같은 단어 표현을 통해 호기심과 흥미를 높이고 싶었다. ‘리디아’ 역시 ‘찰스·델리아’와의 관계에서 느낀 배신을 털어놓는다. 이전까지 캐릭터들이 펼쳐놓은 구상 중 가장 많이 수정한 부분”이라고 주요 장면임을 부각했다.

이창호는 “한국은 아직 코미디적으로 제약이 많다. 여기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다. 코미디에서는 ‘수갑이 채워졌다’라고 하는데, 이를 제작진들이 함께 찾아줬다. 앞으로 관객들과 함께 하나씩 열릴 것 같다”라며 “처음 접한 음식이나 옷이 어색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한번 경험 후 다음은 누구보다 잘 즐길 수 있다. 현재는 어색한 단계인 것 같다. 공연마다 강도가 다른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같이 박수 치면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옆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맘껏 즐기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심 연출은 “공연의 기본 목표는 그 시간을 소비할 때의 기쁨”이라며 “사람·사회 통념의 틀에 갇혀 말을 아낄 때가 있는데, ‘비틀쥬스’로 대리만족하면 좋겠다. 일차원적인 캐릭터를 통해 당연히 여겼던 삶의 존재에 대해 동의하며 용기를 얻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100억 년 경력의 저세상 영업왕이 이끄는 ‘비틀쥬스’는 오는 3월22일까지 마곡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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